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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Ellie Feb 17. 2021

'내가 바라는 나'로 살기 위해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오늘날과 같이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에서 '내가 바라는 나'로 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세상 많은 이들이 '내가 바라는 나'로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을 경제적 자유함을 1순위로 꼽고 있다. 나만의 파이프 라인 만들기, 프로 N 잡러를 꿈꾸며 다독하며 공부하고 나를 알아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남들과 같이 주식, 부동산과 재테크에 열을 올리며 경제적 자유를 이뤄야만 '내가 바라는 나'로 살 수 있을 것인가? 꼬리를 물고 시작된 나의 질문에 답하는 동기 심리학자 Brian Little의 TED 영상을 우연히도 보게 되었다. "퍼스널 프로젝트와 성격의 자유 특성이 삶에 미치는 영향" - 인간은 자유 의지로 환경과 유전이 아닌 나의 행동 양식, 퍼스널 프로젝트에 의거하여 내가 원하는 나로 살 수 있다 - 그의 이론에 나는 한껏 고무되었다. 자유 의지에 따른 긍정적 본성을 열망하던 나였기에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의 타이틀과 목차만 훑어본 뒤 유전자, 살아온 환경 속에서 얻어진 세균총들이 나를 나답게 만든다는 결정론적 관점에 회의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일련의 독서 끝에 생물 발생적(유전)이나 사회 발생적(환경) 특성과 같은 통제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요소가 아니라 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웰 두잉 Well-Doing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취향, 습관, 성향, 신념, 천성까지 나를 나답게 만드는 요소들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나에 대한 메타인지를 키우고 '내가 바라는 나'로 살기 위해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장 속 세균을 아름답게 가꿔나가야 하는 이유


유익한 장내 세균 환경을 조성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삶의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 수 해 전부터 비만을 비롯한 각종 성인 질환의 원인으로 '장 누수 증후군'(leaky gut syndrom)이 지목되고 있던 터라 장 내 유익한 세균총의 중요성에 대해 익히 공감하고 있다. 중년에 접어든 배우자와 나의 장 건강을 위해서 서재걸 박사의 해독 주스를 직접 만들어서 공복에 마시기를 수개월째 지속 중이다. 체중 감량에 좋다는 이유로 시작했지만 식이를 따로 하고 있지 않아서인지 체중에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는 않았다. 대신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피부 증상이 완화되었고 역류성 식도염으로 인한 위의 불편감 개선과 함께 청소년기부터 달고 살던 비염까지 사라졌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면에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어 해독 주스 마시기는 앞으로도 지속할 계획이다. 또한, 장 내 유익한 세균 조성은 우울증 외 중독에 탐닉하는 성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프리바이오틱스 등 우리 소화관에서 도움이 되는 세균의 성장을 촉진하는 다른 방법도 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식이섬유 같은 우리 식단의 구성요소로, 소화관 안에서 우리에게 호의적인 미생물 집단의 성장을 도와준다. 거름이 정원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듯, 당신이 먹는 음식도 미생물 총을 건강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프리바이오틱 식이요법은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먹고 설탕, 소금, 지방이 과도하게 든 가공음식을 피하라는 건강 식생활의 상식을 그대로 따른다. 프리 바이오틱스의 잠재력은 2017년 진행한 연구에서 잘 드러났다. 이 실험에서는 12주에 걸쳐 지중해식 식생활을 하는 것이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시험해 보았다. 그 결과 이런 식생활이 참가자 중 30 퍼센트의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프리 바이오틱스와 프로 바이오틱스가 머지않아 정신과 치료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P.368-369, 나의 미래와 만나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놀랍게도 우리 장내 세균 역시 중독 및 재발에 저항하는 능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2014년 연구에서 예테보리 대학교의 미생물학자 프레드릭 베케드는 알코올 중독에 빠진 사람이 재활 시설에서 회복하는 능력의 차이가 장내 미생물 총의 조성과 관련 있을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 연구에서 알코올 중독에 빠진 사람 중 거의 절반이 '장누수 증후군'이라는 병과 연관되어 미 생물 총이 바뀌어 있었다. (중략) 베 케드의 연구에서 알코올 중독과 장누수를 겪는 사람은 알코올 중독이기는 하지만 장내세균총이 정상인 사람보다 알코올을 더 갈망하는 것으로 나왔다. 언젠가는 중독 치료를 하는 사람에게 미생물 보충제를 주어 장누수를 예방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럼 이것이 다시 갈망을 줄여 중독 치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P.138-139, 나의 중독과 만나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우리가 과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과학은 종교적 신념과 같은 온갖 초자연적인 것들에 대한 속박과 불확실성에서 우리를 벗어나게 해 주었고 나를 나답게 만드는 유전자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사회는 불 확실성이 커질수록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에 사로 잡혀 점점 양극화되고 집단화되어 간다. 정치적 신념이 다른 이들끼리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까지 설전을 벌이고 서로에게 등을 지는 이유가 바로 DRD4 변이 유전자의 영향 때문이라니 놀랍다.


우리 뇌는 자기와 같은 의견을 말하는 것을 들을 때에 높은 도파민 보상을 받는다고 한다. 증거만으로 생각을 굳힌 사람을 설득하려면 한 주제를 두고 자기 쪽의 주장을 방어하는 대신에 상대 쪽의 주장을 방어하는 전략으로 건강한 대화를 통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결론은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특정 유전자는 나의 신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어떤 유전자가 내게 발현이 되어 언제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될지 모를 일이다. 자신만의 신념에서 벗어나서 보다 합리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과학을 공부해야 하고 겸손해져야 한다.

백신을 자폐증과 연관시키는 사기성 연구를 여전히 믿고 있는 백신 접종 거부자들은 둘 사이에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음을 입증해 보이는 수백 편의 연구에 눈과 귀를 닫기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이들에게 홍역, 볼거리, 풍진의 잠재적 해악을 떠올려 주면 세 배나 많은 사람이 백신 접종에 대한 태도를 바꾼다. 의견이 엇갈리는 지점에 쏠려있던 대화의 초점을 공통의 목적으로 전환함으로써 더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해질 수 있다.

P.333, 나의 신념과 만나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초자연적 현상에 대해 옥신각신하는 것처럼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인 것도 없다. 우리 앞에서는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진짜 문제가 이미 넘쳐난다. 종교는 우리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세워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지도 않는 인위적 차이를 만들었다. 우리가 서로를 상대로 싸워서는 안 된다. 우리는 우리를 돌보지 않는 냉혹한 우주와 싸워야 한다. 어쩌면 미래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그들의 비옥한 마음을 더 이상 영혼이나 귀신같은 것으로 채우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들에게 더 푸르른 지구와 더 푸르른 마음을 물려주자.

P.348, 나의 신념과 만나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다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정치적인 성향과 유전자의 발현을 연관 짓는 대목에서 보수와 진보 성향으로 구분한 저자의 생각이 다소 확증 편향적으로 들리는 것이 사실이라 아쉽다. 때론 진보, 보수가 아닌 중도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내가 놓인 입장에 따라 진보나 보수 성향을 바꾸는 일이 충분히 가능할뿐더러 가식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좀 더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유전자가 내 의지까지 컨트롤한다고?, 내가 바라는 나로 살아야 하는 이유


한 가지 뇌 실험의 결과를 토대로 우리의 의사 결정 과정이 심장 박동이나 호흡처럼 불수의적인 것일 수도 있다는 저자의 의견은 내게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만든다. 유전자가 나의 자유 의지까지 바꾼다고? 타고난 유전자가 자유의지를 컨트롤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외향적이기도 하고 내향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나는(내향성에 가깝지만) 상황에 맞게끔 타고난 기질을 자유자재로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Brian Little 은 이것을 인간의 자유 특성 Free Traits라고 이름 붙였고 행운의 유전자를 타고나지 않았더라도 세 번째 본성을 능동적으로 구축하며 원하는 삶의 나이테를 그려나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https://www.ted.com/talks/brian_little_who_are_you_really_the_puzzle_of_personality


이 책에서는 어떤 사람이 남들보다 더 똑똑한 이유에 대해 50% 이상의 확률로 NR2B라는 유전자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Carol Dweck은 학생들에게 지능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성장하고 나아진다고 알려주면 학교 성적이 더 나아진다는 것을 입증했고 드웩은 이를 growth mind set이 학업 성취에 가난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는데 도움이 된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관련 영상을 TED를 통해 흥미 있게 본 기억이 있어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https://www.ted.com/talks/carol_dweck_the_power_of_believing_that_you_can_improve

나 자신을 잘 이해하고 자유 의지로 전제하는 나로 더 나은 삶, 행복이 아닌 웰 두잉(Well-Doing)을 위해 살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후성 유전학 때문이기도 하다. Well-Doing을 위한 노력들로 더 좋은 유전자를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서이다. 로또 1등 당첨자와 사고로 마비가 된 사람 중 시간이 흐른 뒤 누가 더 행복하고 누가 더 슬퍼하게 될까?라는 물음에서 인간에게는 좋은 상황이든 불행한 상황이든 자신의 상황에 적응하는 강인한 능력이 있다고 했다. 책에서는 어떤 상황에서 기분이 좋아지거나 가라앉지만 이후에는 마음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유전자, 태아 프로그래밍, 아동기 초기 환경에 의해 확립된 기저선 기분으로 돌아온다라는 사실을 과학적 사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내가 타고난 유전자는 통제 불변의 것이지만 태아 프로그래밍과 아동기 초기 환경의 중요성은 양육자로서의 부모의 역할, 내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의미 있는 답을 준다.


마지막으로 '내가 바라는 나'로 살기 위해 2021년을 위한 만다라트를 연초에 작성해 보았다. Brian Little 이 말한 소소하고 의미 있는 삶의 가치들을 실현하기 위한 나만의 퍼스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계획 속에는 내게 부정적인 유전자의 발현을 통제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식생활 개선과 운동 강화의 목표도 포함되어 있다. 더불어 개인적 목표들이 내가 속한 공동체를 어떻게 이롭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하려 한다. '행위가 존재보다 힘이 세다'라는 사실을 나는 믿고 싶다.

2021 나의 만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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