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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도훈 Jan 05. 2021

1장. 뜸 요법의 놀라운 예방과 치료법

예부터 민초들의 병을 치료하는데 으뜸이었던 뜸 요법이 점차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크다. 뜸은 우리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부여 한다는 점에서 여느 치료법과 다른 효과적인 민간요법이기도 하다.

얼마전 백 다섯 살의 나이로 돌아가신 구당(灸堂) 김남수 선생님은 뜸의 대중화와 우수성을 알리기에 평생을 바치신 분이다. 김남수 선생님의 아호인 구당(灸堂)은 뜸집이라는 뜻이다. 얼마나 뜸을 치료법으로 사랑하셨으면 아호 조차도 뜸 구, 집 당, 뜸집이셨을까? 존경의 마음으로 그분의 저서 ‘뜸의 이론과 실제’를 바탕으로 ‘뜸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1) 뜸이란 무엇인가?


1-1. 뜸의 정의


오랠 구 ‘久’ 자는 사람의 다리를 손으로 잡아 오래 움직이지 못하도록 놓아주지 않는 모양을 본떠 만든 글자로 ‘오래다’라는 뜻이다. 혹은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의 등에 뜸을 뜬다는 모양으로 보기도 한다.

불 화 ‘火’ 자는 불이 세차게 타오르는 모습을 본뜬 글자로 ‘불’이나 ‘타다’등의 의미로 사용된다.

뜸(灸)은 火(불 화)와 구(오랠 구)가 만난 글자로 그 의미에서 볼 수 있듯이 아픈 부위를 불(火)로 오랫동안(久) 자극하는 것을 의미한다. 뜸 구(灸)는 오랫동안 뜸을 떠서 병을 고치는 글자다.


1-2. 뜸의 재료

뜸은 쑥을 살갗 위에 직접 놓고 태워 약 60~70℃ 열도의 가벼운 화상으로 경혈을 자극시켜 신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특수한 물질을 작용하게 하는 치료법이다. 이것을 직접구라하고 시중에서 담배 모양으로 된 뜸은 간접구라 한다. 


예로부터 뜸은 3년 이상 묵은 쑥으로 떠야 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피부에 가장 적당한 60~70℃의 온도를 내는데는 3년 이상 묵은 쑥이 가장 알맞기 때문이다. [맹자(孟子)의 이루편(離樓篇)]에 ‘7년 묵은 병에는 3년 묵은 쑥이 뜸쑥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오랜 병에는 3년 묵은 쑥이 좋다는 의미이고 동시에 ‘만성병에는 뜸이 좋다.’는 것을 말한다.


천하제일의 영초인 쑥을 가공해서 만든 미세한 뜸쑥은 다른 재료와 비교하면 인체의 피부나 조직에 대한 손상이 적을 뿐 아니라 상쾌 감도 있고 적당한 열 자극을 조직에 잘 침투시킬 수 있도록 하는 특성을 지닌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널리 이용되고 있다. 1945년 2차 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 되고 나서 제일 먼저 싹을 틔운 식물이 쑥이라고 한다. 쑥은 생명력이 아주 강한 식물이라고 보면 된다.


1-3. 좋은 뜸쑥 감별하기


좋은 뜸쑥은 3년 이상 묵은 쑥으로 담황색을 띠며 촉감이 부드럽다. 섬유가 가늘고 고우며 잡물이 없는 잘 건조된 것이다. 이런 쑥일수록 연소속도가 빨라 덜 뜨겁고 자극이 온화하다.

나쁜 뜸쑥은 이와 반대로 어두운 잿빛으로 탁하고 윤기가 없다.

이런 뜸쑥은 채취한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촉감이 퍽퍽하고 섬유가 굵고 거칠며 잡물이 많이 섞여 있다. 이것은 건조가 덜 되어 잘 타지 않고 연소 속도도 느리며 자극이 강해 더 뜨겁다.


2) 뜸의 장점


침 뜸 처방은 돈을 들여가며 멀리서 구하는 수고를 안 해도 되며, 준비하기 쉽고 휴대하기 간편하며, 빈부귀천이나 병의 완급에 관계없이 적합하지 않을 때가 없고, 하물며 효과에 있어서도 약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바가 있어 그 신묘함을 다 말할 수 없다.


성종 때 중국 침 뜸 의서인 [신응경(神應經)]을 중간하면서 서문에 한계희가 쓴 글이다. 침 뜸의 간편성과 효율성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특히 뜸은 더욱 그러하다.

뜸뜨기는 재료도 간단하다. 뜸쑥과 선향, 그리고 시술자의 정성만 있으면 된다. 실제로 한 번 뜸뜨는데 드는 비용은 겨우 몇 십원이면 충분하다. 또한 누구나 조금만 배워서 침구사가 정한 뜸자리에 매일 뜨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가족끼리 집에서, 아무 때나 편리한 시간에 할 수 있다. 가족끼리 할 수 있으니 진료를 위해 이동하는 번거로움과 시간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꾸준히 떠 보면 알겠지만 뜸은 다른 의료수단으로 치료하지 못했던 만성질환 치료에 대단히 효과가 높다. 부작용도 없거니와 꾸준히 뜨면 틀림없이 효과가 난다. 


3) 뜸 맛이란?


뜸쑥으로 살갗에 불을 갖다 놓았으니 뜨겁기만 할 터인데 ‘뜸 맛’이라고 하면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처음에는 뜨겁게 느끼지만 뜸뜨고 몸이 상쾌해진 것을 경험한 사람은 뜸을 뜰 때 “시원하다”고 한다.

뜨거운 곰탕을 먹는데 뜨겁지만 시원한 기분, 목욕탕의 온도가 높아서 실제로는 뜨거운데 시원하다고 느끼는 기분과 같을 것이다.


이게 ‘뜸 맛’을 알게 된 사람이다. 뜸자리에 붙여 놓은 뜸쑥이 타들어가서 피부에 닿는 순간 열감을 주로한 자극감이 생긴다. 불이므로 그저 뜨겁기만 할 것 같으나 뜸 맛도 뜨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찌르는 것과 같은 예리한 뜨거움이 생긴다. 꾹 누르는 아픔과 흡사한 느낌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무엇으로 찌르는 것 같기도 하다. 혹은 한 순간 섬뜩한 냉감과 흡사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뜸을 뜨는 순간은 다소 뜨거움을 참고 하게 되지만 뜸이 끝나고 나면 몸 전체가 가벼워진 것 같이 느껴진다. 


이 독특한 열감은 뜸자리의 저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감과 동시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운으로 몸 전체를 한 바퀴 돌려준다. 이 느낌이 바로 뜸 맛이다. 침 맛과 다른 점은 뜸을 하고 나면 대개 몸이 온온해짐을 느끼게 된다. 이 때 뜸자리 주위를 보면 불그스레하게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4) 직접구가 진짜 뜸

일본의 고또 박사는 “헷드씨 대와 전통 침구술에 대하여”라는 연구에서 뜸 뜰 때 뜨거움을 참지 못하면 피부 위에 거즈 2~3매를 접어놓고 온열이 투과되도록 하여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고또 박사의 이 연구로 무흔구(無痕灸)가 일시적으로 유행하게 되었다.

무흔구는 물론 고또 박사가 창안한 것은 아니다. 당나라 손사막이 쓴 [천금방(千金方)]에 보면 무흔구에 대한 다양한 방법이 기록되어 있다. 무흔구라고 하는 것은 된장, 소금, 마늘, 생강 등을 피부 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서 쑥을 태워 온열을 투입하는 것으로서 격물구(隔物灸), 간접구(間接灸) 라고도 한다.


이 무흔구는 피부에 직접 뜨는 유흔구(有痕灸)보다 효과가 훨씬 적다. 왜냐하면 원래 뜸은 단지 경혈을 자극하는 것으로만 치료효과를 얻는 것이 아니다. 피부에 직접 뜸을 떠서 작은 화상을 입힘으로써 생기는 일종의 가열 단백체에 의하여 화학적 자극이 생체 각 조직에 작용하여 치료효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본의 오오사와 박사는 이러한 가열 단백체가 일종의 히스토톡신(이종단백체)의 혈청 흡수이행이라고 하였다.


고또 박사는 이 단백체 효과를 보지 않고, 단지 경혈 자극의 측면만 본 것이다. 반면, 일본의 하라 박사는 뜸 화상처의 단백체 효과만을 보고 경혈자극 측면을 경시했다. 그래서 하라 박사는 뜸을 어디에다 하더라도 결국은 피부에 작은 화장을 입히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곳, 노출이 되지 않는 곳에 뜸하면 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실제로 경혈에 뜸을 해보면 하라 박사의 이 주장도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경혈의 뜸은 우리 몸의 여러 가지 기능을 조정하거나 병을 회복시켜 소위 전조(轉調)요법을 하기 때문이다.

간접구가 이론과는 달리 효과가 적고 기대한 결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직접구를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직접구가 수 천년동안 변함없이 내려온 것이다.


나도 이 방법을 써서 뜸을 세상에 알리면서 내 자신에게도 해왔다. 지금 환자들이 유효무해(有效無害)하다고 대단히 좋아하는 소리가 높아져서 애호가가 날로 늘어만 가는 것이 나 자신을 힘나게 하고 연구 발전을 거듭하게 하는 것 같다.


누구나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뜸 치료다. 뜸은 누구나 하기 쉬운 치료법이다. 옛날부터 가정요법으로서 사용되어 왔다. 

요즘에는 뜸이 뜸자리가 난다고 하여 싫어 하는 사람이 많아 간접구가 여러 가지 쓰이고 있다. 뜸은 병을 고치고, 고통을 없애기 위한 것이지 멋으로 모양을 내거나 미를 위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 꼭 필요하다고 할 때에는 간접구를 하기도 한다.


병을 없애려면 효과가 더 많은 직접구를 하여야 한다는 것은 말 할 필요도 없다. 하나의 의학으로서 병고(病苦)

에서의 해방이 목적이다. 뜸자리나 흉터 같은 것을 말하는 환자는 참으로 아픈 환자가 아니기 때문에 뜸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일시적인 흉터를 꺼려서 고통을 끌어안고 사는 것은 미련한 노릇이다. 진정으로 아파하는 사람은 ‘뜸자리가 나면 어떻습니까? 요즘 젊은 여성들 치고 아랫배에 흉터 없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데요‘ 하며 병을 낫도록 해 달라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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