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차려 지각쟁이
나는 타고난 지각쟁이였다. 엄마는 타고난 시간엄수자였다. 엄마는 나를 항상 호되게 꾸짖었다. 부끄럽게도 성인이 될 때까지 습관을 전혀 고치지 못했다. 10분 15분을 자꾸 늦는 버릇이 있어 엄마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그 작아보이는 시간들로 많은 사람을 잃을 거라 경고했다.
성인이 되었다. 어쩌다보니 시간엄수자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당연히 친구에게 크게 혼이 났다. 성인이 되고는 처음으로 절연을 당할 뻔 하였다.
생각을 거슬러 가보면 나는 시간 계산을 잘 못하는 부류였다. 버스를 타고 이동 거리가 30분이 걸린다면 "오는 데 얼마나 걸려?"라는 대답에 "30분!"이라고 말을 하며 스스로도 30분이면 모든게 끝난다고 생각했다. 시간엄수자 친구는 이런 나에게 시간계산법을 살벌하게 알려주었다.
"모든 시간이 네 중심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하나보지? 가는 길에 신호등 안기다려? 너가 가면 버스가 바로 오니? 내려서 한걸음도 안걸어도 목적지에 도착하니? 어떻게 버스로 30분이 걸리는데 도착까지 30분이 걸린다고 할 수 있어?"
놀랍게도 나는 드디어 시간 계산을 하는 방법을 습득하였다. 아, 버스로 30분이 걸리면 총 시간이 30분이 걸리는 게 아니구나. 나는 바보도 아니고 수능도 봤고 대학도 다녔다. 그렇지만 시간계산을 못하였다. 다른 사람의 지각을 눈감아주면 나의 지각도 눈감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나 혼자만의 면죄부를 만든 탓이었다. 다행히 엄하고 좋은 친구를 만난 덕분에 시간계산법을 습득할 수 있었다.
나를 위해서 시간계산을 하니 스스로의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시간을 위해 시간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시간 계산을 하지 못하거나 억울하게 운수가 안좋은 날에는 더 큰 돈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어떤 수를 써서라도 시간을 지켜보았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논리로 타인의 시간을 내가 돈을 내고 살 순 없다. (아르바이트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 사적인 약속에서의 대체적인 경우) 특히 지나간 시간은 돈을 내고 살 수 없다. 내가 놓친 지나간 시간들로 수많은 신뢰와 정을 떨어트린다는 건 놀랍게도 내가 시간을 지켜봐야 깨달을 수 있다.
사랑과 온정으로 아직까진 사람을 잃지 않고 상처를 받지 않은 지각쟁이들에게. 스스로 화를 불러오는 행동이라는 것을 명심할 것. 나 스스로도 이미 지각으로 습관이 들어있기 때문에 지각요요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글을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