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짝의 운명론

논리적인 아무 말 대잔치

by 로미코샤Romicosha

최근에 저는 양말의 운명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정확히는, 세탁기를 열었는데

양말 한 짝이 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분명히 두 개를 넣었는데, 결과는 하나다.

양말이 사라지는 일은 이상하게도 일상적이다.


세탁기는 분명 물리 법칙 아래 움직이고,

양말은 도망갈 다리가 없는데

왜 한 짝만 사라지는 것일까.


이쯤 되면 실종이라기보다

어떤 존재론적 편향이 작동하는 게 아닐까 싶다.


물리학자들은

우주의 비대칭성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한쪽으로 치우친 힘이

세계의 균형을 결정한다고.


그렇다면 세탁기 안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쌍으로 존재하는 것 중 하나는

어딘가로 흘러들어간다” 같은

작은 법칙이 숨어 있는 것 말이다.


물론 이런 가설을 입증할 생각은 없다.

증명하다가 양말보다 먼저 내가 사라질 것 같다.


사실 우리는

삶에서 많은 것들을 ‘짝’으로 묶어두고 산다.

신발도 짝, 젓가락도 짝, 관계도 짝.


그런데 짝이라는 건

언제나 불안정한 구조다.

둘 중 하나만 어긋나도

전체가 기능을 잃기 때문이다.


양말이 사라졌을 때 느껴지는

그 미묘한 허전함은

아마도 이 불안정성에서 오는 것일지 모른다.

“나는 온전한가?” 하고

잠깐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순간.


그렇다면

세탁기 속 양말의 실종은

그냥 일상의 사소한 사고가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는 외면하는 질문 하나를

은근히 건네는 신호일 수도 있다.


‘너는 무엇을 잃고도 계속 살아가고 있는가?’


아무튼 결론은 하나다.


다음번엔 제발

세탁망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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