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인 아무 말 대잔치
최근에 저는 샌드위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정확히는, 오늘 아침에 샌드위치를 먹다가
빵 - 내용물 - 빵으로 이어지는 그 구조가
왠지 모르게 철학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구조주의는 우리에게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그 밑의 구조가 더 중요하다”
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샌드위치의 밑 구조는 무엇인가?
겉으로 보기엔 그냥 빵이지만
내적 구조를 뜯어보면
빵(상단) - 내용물(중앙) - 빵(하단)
이라는 질서 있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건 바흐의 푸가처럼 정확하고 단단한 형식미다.
물론 제가 바흐를 잘 아는 건 아니다.
그냥 느낌이 그렇다.
내용물을 유심히 보면
양상추, 토마토, 햄 같은 것들이
각자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토마토가 위에 올라가면 미끄러지고,
양상추가 아래 있으면 눅눅해지니까
이들의 위치는 사실 자연적 질서에 따른 결과이며
어쩌면 이것이 ‘샌드위치의 언어 체계’ 일지도 모른다.
소쉬르가 살아 있었다면
그도 샌드위치를 예로 들며
기호와 기표의 차이를 설명했을지도 모른다.
(아닐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샌드위치는 겉으로 보이는 형태보다
그 안에 숨어 있는 ‘구조’가 더 본질적이라는 사실이다.
빵은 단순한 탄수화물이 아니라
위아래를 구획하는 기호이며,
내용물은 미각적 의미를 생성하는 기의다.
(기의: 소쉬르의 기호 이론에서, 말에 있어서 소리로 표시되는 의미를 이르는 말.)
그렇다면 샌드위치를 먹는 행위는
기호 체계를 해체하여
나의 내부 세계로 통합하는 과정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런데 한 입 먹는 순간
내용물이 밖으로 삐져나왔고
구조는 완전히 무너졌다.
그렇다면 나는 방금
포스트구조주의적 샌드위치를 경험한 셈이다.
구조가 해체되고
질서가 흔들리고
토마토가 바닥에 떨어지며
의미는 산산이 흩어졌다.
나는 그것을 보며
세상도 샌드위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조립돼 있는 것 같지만
한 번 흔들리면 내용물이 흘러나오고,
우리가 믿던 질서는
순식간에 재정렬된다.
아무튼 결론은 하나다.
그냥 맛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게 샌드위치의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