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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시아 Jan 12. 2024

석류까기

2024.01.12

나는 석류를 좋아한다. 보석같은 생김새도 좋고, 껍질을 깠을 때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도 신기하고, 무엇보다 달콤하지만 끈적끈적하지 않은 단맛이 너무 좋다. 보기도 좋고 맛도 있고, 거기에 몸에도 좋다고하니 맨날먹고 싶다. 그런데 좋아하는 데에 반면 석류를 많이 먹지는 못했다. 흔하지 않은 과일인 것은 둘째치고 까는게 귀찮아서... 알을 발래는 데 세월아 네월아 보내느니 차라리 손질 안해도 되는 과일을 찾게 된다. 하지만 요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앉아서 석류를 깔 마음이 생겼다. 아침에 밥도 먹고 강의 준비도 했는데 시간이 남아서 석류를 까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반복적인 일을 하다보면 별 것 아니던 일이 머릿속에서 반복되면 서 별 일로 바뀐다. 그 때 그 친구는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했을까? 혹시 교수님이 나한테 언짢으신 건 아닐까? 어느새 1월 중순인데 논문을 제 시간에 끝낼 수 있을까?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두고 석류알과 함께 섞여들어가는 하얀 껍질을 골라내는 데 집중한다. 음식을 손질할 때마다 의식처럼 알렉사에게 물어본다. "알렉사, 고양이가 석류 먹어도 돼?" 알렉사는 석류가 특별히 고양이에게 독이 되지는 않는다고 알려준다. 그래도 수의사와 상의하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한 두 알 석류가 바닥에 떨어져도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한다. 잠시 후 고양이가 열심히 거실에서 무언가를 좇는다. 석류가 무당벌레인 것처럼 발로 툭툭 치며 신나게 거실을 맴돈다. 숟가락으로 열심히 깐 석류를 플라스틱 통에서 큰 술 떠 먹으며 상쾌하게 오늘 아침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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