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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린 Sep 09. 2024

[한강] 개봉 물개의 한강 수영장 탐방

열음방학 07 8월9일/8월14일

여름은 게으른 수영인에게 최적의 계절이다. 진성 수영인은 바깥 날씨에 개의치 않고 사시사철 물질은 계속되겠지만 게으른 수영인은 날씨와 같은 외부적 요인은 꽤나 큰 변수로 작용한다. 아무래도 여름은 수영친화적인 계절일 수밖에 없다. 애초에 날이 덥기 때문에 시원한 물속에 뛰어드는 물놀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어 수영친구 구하기도 쉽고, 수영 마치고 나오는 길에 햇볕 좀만 쏘이면 머리도 금방 바삭하게 마른다. 겨울에는 일단 몸을 일으켜 수영장 가는 일조차 고역인데 비해 여름은 끈적하게 땀 흘리느니 차라리 빨리 수영장 가서 시원하게 몸 담그고 싶어 져 역설적이긴 하지만 게으른 수영인에게는 높은 운동 의지가 고취되는 시즌이다. 그래서 이번 여름 방학에도 실내 수영장 강습을 등록하기는 했지만 수영 강습보다는 바다나 수영장을 쏘다니며 물놀이를 더 자주 즐기게 되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건 처음 가본 한강 수영장 나들이였다.

친구가 한강 수영장이 드디어 개장했다며 사진을 올렸을 때 한강 수영장의 모습을 처음 보았다. 전에 그런 공간이 하절기에 한시적으로 열린다는 건 들었는데 실제로 가본 적이 없으니 어떤 수영장인지 궁금해하기만 했었다. 정직한 직사각형의 수영장은 몇 군데의 한강 공원에 위치해 있어 한강 수영장이라 불리는 것 같았다. 크기가 널찍하거나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 한강 공원에 있는 야외 수영장이라는 점, 레인이 쳐져 있지 않아 경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수영할 수 있다는 점 등등만 떠올려도 충분히 체험해 봄직한 장소처럼 보였다. 그리하여 야간 개장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친구들 몇몇을 모아 잠원 한강 수영장을 처음으로 가게 됐을 때 기대치가 한껏 높아져 있었다.


잠원 한강 수영장은 개 중 수용 인원도 많고, 수영장 크기도 커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였다. 한강 수영장마다 살짝씩 수영장의 크기나 깊이가 달라 누구랑 언제 가는지에 따라서도, 내가 어떤 수영장을 더 선호하는지에 따라서도 더 잘 맞는 장소가 있을 것 같다. 나는 친구들과 가는 데다가 다들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어서 깊고 널찍한 잠원 한강 수영장을 고른 건 적절한 선택 같았다. 같은 장소여도 주간과 야간에 볼 수 있는 풍경은 다르기 때문에 저녁 6시 이후에 열리는 야간 개장 시즌도 꼭 체험해 보고 싶기도 해서 우린 6시에 만나 먹거리를 몇 개 사서 입장했다.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입장 줄부터 바글바글했고, 입장한 뒤에 눈으로만 훑어보아도 이미 수영장이 빽빽하게 차 있어서 제대로 된 수영이라기보다는 한강 수영장 체험에 의의를 두어야겠다고 일찍이 마음을 먹었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과의 거리 유지 때문에 수영보다는 친구들하고 물속에서 서로 업어주고 던져주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는데 밤 시간대의 한강 수영장은 이런 맛으로 가는 거겠거니 싶어서 아쉬운 건 없었다. 전에 한강 수영장을 즐겨 간다던 다른 친구가 평일 오전에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수영장 전세 낼 수 있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하루 날 잡고 놀아도 재밌을 것 같았다. 먹거리는 공원 바깥에 나가지 않고서도 옆에 푸드 트럭에서 얼마든지 사 올 수 있고, 돗자리만 펼쳐 놓는다면 수영 말고도 볕 맞으며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으니 수영을 곁들인 피크닉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 여의도 한강 수영장을 다시 찾게 되었다. 그 주에 한강 수영장 시즌이 마감된다고 하니 그전에 한 번이라도 더 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급하게 다시 찾게 되었다. 여의도 한강 수영장은 낮에 가보기로 했다. 사람들도 더 적을 것 같았고, 야간 시간대를 경험하고 나니 낮 시간대의 모습도 알고 싶어졌다. 잠원 한강 수영장은 우리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조금 더 걸리는데 가는 길이면 몰라도 오는 길에는 제대로 샤워도 하지 않아 꿉꿉한 상태로 오게 돼서 영 불편해서 한강 공원 주차장도 널찍하겠다 여의도 수영장에는 차를 끌고 가보기로 했다. 초보운전자로서는 크나큰 결심이 아닐 수가 없다. 수영 가는 길이니까 가방에 이것저것 챙겨 넣어야 하는데 차가 있으니 짐을 싣는데 큰 부담이 없어 가는 길은 편하게 갔다. 오는 길에 그렇게 교통체증이 심할 줄 알았으면 한 번 더 생각해 볼 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여의도 한강 수영장도 마찬가지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기에는 제격인 수영장이었다. 수심도 깊고, 수영장도 적당히 널찍하다. 지난번에는 제대로 준비물을 챙겨가지 않아 콘크리트 맨바닥에 앉아 있어야 했다. 시멘트 감성이 주는 낭만과 궁상의 기묘한 조합을 즐기기는 했다만 이번에는 잊지 않고 돗자리를 챙겨 와 일단 자리를 널찍이 펼치고 시작했다. 그나마도 준비해 온 거긴 했으나 옆 자리 보면 한강 수영장 고인 물일수록 장비와 준비물이 현란하고도 화려해 보이긴 했다. 내내 국지성 호우가 내리는 기간이었어서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장대비가 거세게 내리고는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날도 별안간 천둥번개가 내리치기 시작했다. 감전의 위험이 있다는 안전상의 이유로 이 날 주간 타임은 이른 퇴장을 했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5시 30분이 마지막 퇴장 시간이었는데 비가 느지막이 들이치기 시작해 5시 넘어서까지는 놀 수 있었다는 거다. 한강 수영장은 45분 동안 열고 15분은 청소하는 시간이어서 이용객은 잠시 밖에서 대기해야 한다. 안 그래도 생각보다 늦게 도착해 두 타임 밖에 못 놀았는데 자리 깔자마자 비 오기 시작했으면 아쉬움만 가득 남기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을 거다.


이번 여름에는 여의도와 잠원 한강 수영장을 각 한 차례씩 낮과 밤에 가보는 걸로 체험을 마쳤지만 내년에는 사람이 드문 시간대를 이용해 더 본격적으로 한강 수영장을 만끽하고 말리라는 야망을 품게 되었다. 한강 수영장이 이용객에게 제공하는 최고의 즐길거리는 여름날의 한적함과 여유가 아닐까 싶다. 도심 속에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야외 수영장이 있는 것도 정말 멋지고, 좋아해 마지않는 물놀이를 나무와 풀숲이 둘러싸여서 할 수 있는 것도 참으로도 놓칠 수 없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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