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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Sep 03. 2024

매일 너와 함께 보는 노을


우리는 각자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 조잘조잘 시답지 않은 대화를 하며 집으로 향한다. 그런 우리 둘 주위로 주황빛, 빨강빛, 때로는 핑크빛, 보랏빛 노을이 진다. 우리는 그렇게 따뜻하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런 게 소확행 아닐까?


500일을 바라보고 있다. 짧다면 짧지만 우리의 500일은 결코 짧지 않았다. 어리지도 않은 나이에 서로를 거진 매일 보는 연애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정말 많은 우리 둘만의 추억이 쌓였고 서로가 서로의 일상에 뿌리 깊이 자리했다. 동네 구석구석 어디 한 군데라도 같이 가지 않은 곳은 없었다.


그냥 마냥 좋아 두근거림에 시작한 연애가 이렇게도 서로가 서로여야 당연한, 서로가 아니면 안 되는 경지의 관계가 되었다는 점이 신기하다. 그리고 나는 참 운이 좋은 것 같다. 우리는 결이 비슷해 잘 싸우지도 않지만 싸우더라도 하루를 넘기지 않고 대화로 푸는 편이다. 그리고 그냥 시시콜콜한 대화를 정말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를 생각하고 이해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무한한 사랑과 신뢰를 주는 사람. 항상 날 소중히 대해주는 사람. 진심으로 감사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좋은 사람이라서 참 다행이다.


항상 좋을 수만은 없을 거다. 어렵고 힘든 순간도 있겠지. 여태껏 너무 평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렵고 힘든 순간이 와도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별일도, 별일 아닌 듯 현명하게 잘 헤쳐나갈 것이다. 많이 힘들어도 서로에게 웃어줄 수 있길 바란다.


하루는 노을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옆에 오빠 닮은 아들 하나, 나 닮은 딸 하나쯤 있어도 좋겠다고. 오빠는 또 정말 자상한 아빠가 되어있겠지. 우리는 참 이쁠 거라고.


꿈같은 날들이다. 아무런 근심 없고 평화로운 하루하루. 그렇게 우리는 내일의 하늘 아래서도 서로의 하루를 가득 채우고 우리만의 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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