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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Sep 12. 2024

컨버스 운동화


오빠는 두 달 전부터 컨버스가 갖고 싶다고 했다. 계속 이것저것 알아보는 걸 봤다. 신중한 편이다. 그런데 어제 오빠는 뜬금없이 사진을 보여주며 "이뻐서 네 거 컨버스 한 켤레 샀어. 어때? 이뻐?'라고 물었다. 심지어 본인 것과 같이 산게 아니었다. 내 것만 샀다. 당장 환불하라고 했다. 오빠가 월급날을 기다리며 얼마나 갖고 싶어 했는지 아는데 왜 본인 건 안사고 내 걸 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마웠지만 미안하기도 했다. 내게 너무 과분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우리의 대화를 듣던 택시 기사님이 우리에게 "결혼해야겠네."라고 하셨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남자친구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요즘에 저런 사람 없다고 하셨다.


남자친구가 아가씨를 많이 사랑하고 배려하네.


안 신는다고 하지 말고 무조건 신으라고 하셨다. 너무 고마워서 그러는 거 같은데 그러면 그냥 고맙다고 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제야 나는 "이쁘게 신을게. 고마워.'라고 말했다.


고작 신발 한 켤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늘 또 느낀다. 우리는 이미 서로를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사랑하고 있다고.


우리는 서로를 찾아내서 끌어당겨
같은 하늘 아래서 빛날 거라고
우리 둘은 그럴 거라 약속했잖아
아득히 먼 끝없는 베텔기우스
누군가에게 이어지는 마법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손을 맞잡고 앞을 나아가
힘들 때도 울지 않겠다고 맹세했잖아
아득히 먼 끝없는 베텔기우스
너에게도 보이겠지
나의 기도가
- <베텔기우스> 유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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