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와 보낸 첫 설과 추석에는 서로의 집에 무얼 하지 않았지만 뭐랄까 그냥 뭘 나누는 걸 좋아하는 나는 다른 사람들한테도 다 하는데 오빠 집에는 안 하는 게 더 이상했다. 그래서 나는 추석 연휴 전에 사과, 배, 애플망고, 샤인 머스캣이 담긴 과일 박스 하나와 티백 세트 하나를 보냈다. 보낼 때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막상 받으셨을 때는 불편해하실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 다른 의미로 조심스러웠고 좋아하셨을지 아니었을지 걱정이 됐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좋아하시면서도 내가 신경 쓴 것에 대해 미안해하셨다고 했고 나는 안심했다.
그런데 추석 연휴 첫날, 오빠는 근무를 서는 날이었고 나는 집에서 쉬고 있었다. 나도 유일하게 쉬는 날이었다. 친가, 외가 다 추석 전날, 당일로 약속이 잡혀 있었다. 그래서 집에서 쉬면서 책도 읽고 빈둥거리고 있었는데 퇴근 중이라던 사람이 갑자기 전화가 왔다. 내려와 보라고. 비도 오는데 말도 없이 왜 왔나 했다.
오빠는 양손에 무언가를 두둑이 들고 비에 푹 젖어있었다. 나는 그 '무언가'보다 비에 푹 젖어있는 오빠가 더 신경 쓰였다. 왜 비를 맞고 왔냐고 우산 쓰고 오지 하며 한소리 하는 나에게 우산 쓸 손이 없어서라고 하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그게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나도 웃어 버렸다. 그건 뭐냐고 물었더니 이리 와보라고 하며 한 박스는 곶감이고 한 박스는 골드 키위라고 했다. 추석 선물이라고 하며 내가 둘 다 좋아하니까 어머니께서 안 좋아하시면 나 다 먹으라고 했다.
이런 걸 언제 준비했냐고 하며 우산을 갖다주겠다고 했다. 비가 점점 더 많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빠는 이미 다 맞았다며 그냥 가도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빗속으로 뛰어들어갔다. 그게 또 얼마나 멋있던지.
오빠는 나처럼 좋아하셨을지 아니었을지 걱정이 됐는지 계속 물어봤다. 다행히 우리 엄마는 미안해하시지는 않고 아주 많이 좋아하셨다. 우산을 갖다 주지 왜 그냥 보냈냐고 하셨다. 오히려 명절에 이런 걸 남에게 처음 받아보는 나는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서로에게 또 서로의 가족에게도 한 발짝 다가가고 싶은 마음. 그게 통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