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쥐 4부작이라고 불리는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을 읽었다. 읽으면서 느낀 이 작품의 메시지에 대해 말해보고 싶다. 전작들(바람노래, 핀볼)과의 차이점이나 하루키 소설 중 이 작품의 위치 등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지만 그건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적어보겠다.
책의 제목인 <양을 쫓는 모험>은 '양을 쫓는다'라는 줄거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은 특수한 '양'을 쫓아야 하는 소명을 부여받아 시행착오 끝에 양을 만난 뒤 현실로 복귀한다. 작품에서 '양'은 단순한 동물이 아닌 일종의 초월적인 존재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기에 책을 해석할 때 자연스럽게 양을 주요한 열쇠로 여기게 된다. 하지만 나는 양은 일종의 맥거핀처럼 사용될 뿐이고, 극단적으로 양을 역사, 관념, 신이나 심지어는 케이크로 해석해도 책의 메시지는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양'보다는 후반부에서 '나'와 '쥐'가 나누는 대화에 주목했다. 그중에서도 쥐의 다음과 같은 대사가 책의 메시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난 나의 나약함이 좋아. 고통이나 쓰라림도 좋고 여름 햇살과 바람 냄새와 매미 소리, 그런 것들이 좋아. 무작정 좋은 거야. 자네와 마시는 맥주라든가 ·‥· "
쥐는 자신의 나약함을 긍정하기 위해 양이 제공하는 힘을 거부하고 양과 함께 죽는 것을 택한다. 그의 나약함은 "아주 개인적인" 것으로, 일반론적인 '인간의 나약함'과는 결이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 나약함은 우리가 모두 알게 모르게 인식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형태는 제각각인 어떤 감정을 말한다. 그 감정은 평온함이 될 수도, 행복이 될 수도, 지루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초록색 코드가 빨간색 코드고, 빨간색 코드가 초록색 코드"가 되는 것을 거부하는 모든 일상의 감각이 '나약함'인 것이다. 즉 쥐는 자신의 나약함을 긍정함으로써 "평범함은 머나먼 길을 걷는다"는 문장을 함축한 특수한 평범함을 긍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책의 메시지이다.
쥐의 죽음을 알게 된 주인공은 고향으로 돌아와 이미 사라져버린 바다의 파도 소리를 듣는다. 바다가 메워지고 산이 깎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처럼, 사람은 살면서 피할 수 없는 선택과 변화를 통과한다. 그 변신의 통로에서는 일상이 빛바래고 환상만이 눈부셔 보인다. 그 위기에 순간에, <양을 쫓는 모험>이 말하는 것과 같이 범상함의 소중함을 긍정한다면, 분명 평범은 개인적이고 특수한 빛을 회복하고 일상은 광채를 되찾을 것이다.
평점은 5점(5점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