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총리 조기 상판설이 솔솔 나오는 이유는?
* "모디 연정은 지속될 수 있을까?(1)"https://brunch.co.kr/@hobiehojiedaddy/231에서 이어집니다.
[# 1] 힌두교의 심장과 같은 곳에서 패한 집권 여당
2024년 6월 인도 총선이 치뤄질때 힌두교의 본거지(Hindi Heartland)로 분류되는 우타르 프라데시에서의 BJP 패배를 예측한 전문가는 거의 전무했다. 그런데 총 80석이 걸려있던 이곳에서 여당연합은 36석을 건지는 데 그쳤다. 2014년과 2019년에 여당연합이 각각 71석과 62석을 차지했던 이곳에서 BJP가 패했다는 것은 충격적인 뉴스였다. 돌이켜 보면 결국 경제문제이고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일자리 문제와 같은 먹고 사는 문제가 종교로 대표되는 이념적 이슈를 압도한 선거였다. 10년이나 지속된 고용없는 성장과 제자리걸음하는 농가소득에 절망한 우타르 프라데시 주민들에게 삐까뻔쩍한 힌두교 사원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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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야금야금 피어오르는 모디 총리 조기 강판설
원래 언론의 속성이라는 게 조금은 과장되고 앞서 나가는 면이 있다 보니 인도 언론에서는 출범한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모디 총리의 3기 정권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한 하마평이 흘러나온다. 집권당인 BJP는 이런 하마평에 펄쩍 뛰면서 ‘임기 5년 꽉꽉 채울 테니 걱정은 붙잡아 매 놓으시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 비판적인 몇몇 언론과 유튜브 채널들은 모디 총리의 퇴진을 바라는 희망 섞인 관측을 담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내놓고 있다. 인도의 정치 지형이 봄 날씨보다도 더 변덕스럽다는 점을 감안하고 재미 삼아 한번 미래나 예측해 보면 어떨까? 모디 총리 조기 강판설의 근거와 반론은 각각 무엇일까?
우선,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찬드라바부 나이두(TDP당의 총재)와 니티시 쿠마르(JDU당의 총재)에 주목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 2명은 수십 년간 지역 정치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야말로 정치 10단이다. 이해관계에 따라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를 반복하며 감옥과 호화로운 집무실을 들락날락해 온 사람들이다. 현재 야당 연합은 약 230석을 확보한 터이다. 나이두와 쿠마르가 가진 28석을 합하고 몇 개의 군소정당만 동조한다면 정권교체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물론 나이두와 쿠마르가 당장에 모디 총리의 등에 칼을 꽂고 배신할 거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나이두와 쿠마르 역시 자신들의 지지기반인 안드라 프라데시주와 웨스트 벵골 지역에 추가적인 예산을 요구하거나 자기들이 요구하는 인사를 입각시켜달라는 요구하면서 모디 총리를 끊임없이 압박할 것이다. 칼은 칼자루에서 뽑기 직전에 가장 위력적인 법이다. 연정을 탈퇴하겠다는 위협으로 받아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받아내면서 실제로는 탈퇴하지 않는 ‘살라미 전술(어떤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보다 여러 단계별로 세분화해 하나씩 처리하면서 실리를 챙기는 기술을 의미)’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모디 총리의 과거 정치 행보를 분석하면서 연정 붕괴의 가능성을 말하기도 한다. 모디 총리는 과거 구자라트주의 주지사(2001-2014)와 총리(2014-2024) 재임을 하며 한 하루도 연정을 경험한 적이 없다. 모두 단독 과반 정부를 이끌었다. 73세의 노회한 정치인이 까탈스러운 군소정당을 도닥거리면서 나라를 이끄는 연정 상황을 처음으로 마주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모디 총리가 연정 상대들과의 마찰을 잘 관리하지 못해 연정이 깨지는 사태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서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모디 총리보다 좀 더 유화적이고 야당과도 두루 친한 니틴 가드카리(Nitin Gadkari) 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몇몇 인사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 3] 그가 정말 중도에 퇴진한다면...
모디 총리의 조기 강판을 점치는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몇 개의 날짜를 제시하기까지 한다. 우선 올해 연말까지 하리아나, 마하라슈트라, 자하르칸드 등 여러 주에서 주의회 선거가 있다. 만약 BJP가 하리아나와 마하라슈트라에서 주지사 자리를 잃거나 자하르칸드에서 주지사 자리를 빼앗지 못한다면 모디 총리의 정치적 영향력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모디 총리의 조기 강판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둘째로, BJP는 이미 과거 선거에서 75세를 암묵적인 은퇴 시기로 정하고 공천을 주지 않는 등 물갈이를 실시한 바가 있다. 모디 총리는 1950년 9월생으로 내년 9월이면 75세에 도달한다. 앞서 언급한 주의회 선거에서 BJP가 패한다면 75세에 도달한 모디 총리에게 야당은 물론이고 BJP 내부의 경쟁자들도 공개적 또는 비공개적으로 은퇴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질 터이다. 더불어 현재 인도의 상징적 국가수반인 대통령의 임기가 2027년 7월경에 도래한다는 점에 사람들은 주목하고 있다. 은퇴한 유력 정치인 가운데 대통령이 지명되어 온 전통을 고려하면 모디 총리가 스스로 물러나 대통령 자리로 옮겨가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모양새이리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모디 총리에게도 명예로운 퇴진(graceful exit)일 터이다.
물론, 이제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된 정권의 조기 붕괴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섣부르기는 하다. 정당정치에만 몸담아 오던 50대 초반의 모디 총리는 어느 날 갑자기 인구 7천만 명이 넘는 구자라트주의 주지사로 선출되어 약 13년을 재직하면서 상당히 탁월한 행정력을 발휘했다. 군사나 외교 분야 경험이 거의 없이 총리직에 취임했지만 지난 10년간 인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요컨대 모디 총리는 변신과 학습에 뛰어난 인물이다. 연정이라는 현재 상황을 아주 슬기롭게 헤쳐 나갈 것이라는 분석도 상당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도인들은 곧잘 ‘두려워할지어다... 가난한 자의 눈물이 권세 있는 자를 익사시키니(Fear the tears of the poor, for they can drown the mighty)’ 라는 경구를 말하곤 한다. 인도 고대 경전인 마하바라타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진 이 구절은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보여준다. 이번 총선에서 배가 절반쯤 파손된 모디호는 과연 앞으로 5년간 무사히 항해를 마칠까? 아니면 결국 중도에 침몰할까? 모디 정권의 조기 붕괴 가능성과 이에 대한 반박을 한번 쭈욱 살펴봤으니 어느 예상이 맞고 어느 예상이 틀리는지를 찬찬히 기다려보자.
사족. 지난 2024년 4월 20일에 올린 "인도 여성 레슬러들이 길거리로 나선 이유(https://brunch.co.kr/@hobiehojiedaddy/224)"의 주인공인 BJP 소속 부샨 싱이 어떻게 되었는지 혹시라도 궁금하신 독자분이 계실까 해서 후속 취재한 내용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부샨 싱은 BJP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내심 아쉬웠던 BJP는 그의 아들인 카란 부샨 싱(Karan Bhushan Singh)을 공천했고 그는 가뿐하게 당선되었다. (^_^;)
* 이 글은 약간의 편집을 거쳐 딴지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https://www.ddanzi.com/ddanziNews/813260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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