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림없었다. 매일 알람을 맞추고 자는데도 새벽 6시에 눈을 번쩍 뜨기란 쉽지 않다. 다이어트와 호각을 겨루는 내 인생 최대의 난제. 바로 '미라클 모닝'이다. '내일은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일어나고야 말겠다!' 늘 각오를 다지지만 대부분 실패다. 알람 소리에 가까스로 눈꺼풀을 들어 올리면, 손가락이 멋대로 움직여 알람과 함께 희미하게 깨어난 의식을 꺼버린다. 남들은 해냈다고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기상 시간과 루틴을 인증하던데 나는 못하고 있다. 나약한 것 같고 다른 사람보다 뒤처진 것 같아 속이 쓰리다. 그렇다고 일어나기만 하면 만사 오케이일까? 그건 또 아니었다.
미라클 모닝을 성공한 아침은 기분이 상쾌하다. 하지만 그날은 하루 종일 고단하고 피곤하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미라로 변할 기미가 보인다. 멍 때리는 시간이 잦아지고, 뭘 해야 할지 잊어버리기 일쑤다. 저녁이 되면 본격적으로 미라가 된다. 눈은 뜨고 사지는 멀쩡하나 제정신이 아니다. 영화에 나오는 '미이라'처럼 공격성이 생기기도 한다. 말수가 줄고, 아이의 칭얼거림이나 남편의 장난과 같은 작은 자극에도 날이 선다. 짜증이 늘고, 말이 날카롭다. 적어도 7시간은 자야 멘탈이 유지가 되는데 수면 시간이 부족한 탓이다. 하루를 '아, 망했다'로 시작하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다. 그나마 괴롭기만 하면 다행일 텐데, 늦게 일어나서 망했으니 오늘은 쉬자며 일을 모두 놓아버린다. 미라클 모닝이 아니라 날 미라로 만들어버리는 '미저러블 모닝'이다. 과연 이게 내가 원하는 것일까? 미라클 모닝은 자기만의 시간을 만들어 성취감과 삶의 주도성을 얻게 해 준다는데, 내가 얻고 있는 게 있긴 한 걸까.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포기하지 못하고 미라클 모닝을 고집하는 이유는 내가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블로거이기 때문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 두드릴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킨 후 몇 시간의 여유가 생기는데, 그 시간을 쪼개 써야 한다. 일 외에도 강아지 산책, 청소, 빨래, 은행 업무 등 나름의 할 일이 더해져서다.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도 시간이 모자랄 때가 많아 미라클 모닝에 도전하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 일을 하고, 아이가 어린이집 간 사이에 또 나머지를 하면 완벽할 텐데 졸리니까 빠릿빠릿하지 못하다. 계획한 일을 끝내지 못한다. 일어나기 싫어 핑곗거리를 만드는 건지, 아침형 인간은 정말 아닌 건지 고민스럽다.
블루 타임이라는 말이 있다. 최종엽 작가의 <블루 타임>에서 언급되는데, 미라클 모닝과 함께 많이 쓰인다. 블루 타임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을 말한다. 하루의 몇 시간을 내가 주도하여 명상이나 운동, 외국어 공부 등 자기 계발을 한다. 아침 챙겨 먹기 같은 소소한 것이라도 괜찮다. 그 결과를 축적하고 일관성 있게 쌓아 성공하는 습관을 만든다. 블루 타임은 꼭 아침 새벽일 필요가 없다. 밤 12시도 괜찮고, 점심시간도 괜찮다. 몇 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이라는 것이 요지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 색깔, MBTI도 다르면서 많은 사람들은 왜 새벽을 고집할까? <나로서 충분히 괜찮은 사람>에서 김재식 작가는 '하루의 가치는 아침에 시작되는 게 아니라 하루를 어떻게 마감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그래 맞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미라같이 지낸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새벽 6시라는 숫자에 너무 치중하지 않기로 했다. 계획했던 시간에 일어나지 못해 자책하며 하루를 마감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를 돌보는 것이 나에게 가장 중요하기에 미라클 모닝을 아주 놓아 버릴 수는 없겠지만 집착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어나지 못했다면 자투리 시간까지 끌어모아 블루 타임으로 만들어 볼 것이다. 오늘도 나는 새벽 6시에 알람을 맞춰본다. 내일은 기필코 내 하루의 가치를 높이리라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