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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선생님을 보고 자랐어

스승의 날, 감사한 스승들에게

by 식이타임
"광식쌤, 잘 지내요?"


중학교 2학년 담임이셨던 은사님의 연락이 왔다. 이젠 같은 교사라고 존댓말을 쓰는 선생님. 바쁜 삶에 치이다 보면 일 년에 한 번도 연락 없이 넘어가는 일이 많았다. 그런 내게 선생님은 꾸준히 안부를 물어주신다.


선생님의 반 학생이었던 시절, 청소시간마다 함께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여태까지 선생님들은 시키는 모습만 봐왔는데. 시끄럽게 잔소리하면서도 빗자루질을 함께하는 행동에서 우리에 대한 존중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종례시간에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고 쿨하게 집에 보내주는 우리 반 선생님이 참 좋았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선생님과 인연을 이어갔다. 터미널 건너편 미스터피자에서 몇몇 친구들을 함께 불러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맛있는 피자를 먹는 것보다 언제나 나를 격려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든든했다. 당시 좋아하는 여자아이랑 잘 되라고 주셨던 영화관람권. 영화 ‘아바타‘의 내용은 잘 기억 안 나지만 “짜식, 다 컸네.”하는 선생님의 찐한 응원만큼은 여전히 남아있다.


교사가 되고 싶다는 나를 선생님은 극구 만류했다. "광식아, 교육이 참 성과를 보기 힘들어. 월급은 짜고 애들은 점점 힘들어지더라.", "결국 주변에 만나는 사람 다 선생님들 밖에 없어.", “다른 대학으로 가는 건 어때? 세상에 좋은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 예정대로 교대에 진학한 나에게 선생님은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훌륭한 결심이라고 응원해주지 못했다고 말이다.


당시 선생님은 서른두 살이었고 이젠 내가 딱 그 나이가 되었다. 우리 반 아이들이 묻곤 한다.

“왜 선생님도 청소해요?”

“응, 선생님의 선생님도 이렇게 같이 청소를 했거든.”


그동안 보고 배운 게 만나왔던 선생님들의 모습뿐이니 자연스레 그분들의 행동이 교실에서 흘러나온다. 언제나 함께 빗자루를 들고 세상에서 가장 기쁜 마음으로 하교시킨다.


어떻게 지내시냐는 질문에 은사님은 조심스레 부푼 꿈을 말했다.


"사실, 50대 초반 명퇴를 염두에 두고 있어."


언제나 최선을 다했던 선생님을, 새로운 일을 찾아 나가려는 선생님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조만간 선생님의 명예퇴직 도전기를 들으러 가야지!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나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좋은 선생님인가? 생각하면 늘 부끄럽다. 여전히 화가 나서 씩씩거리기도 하고 교실을 쳐다보기도 싫은 날도 있으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에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도망가지 않는 건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다는 사실 덕분이다. 최소한 그동안 격려받았던 격려만큼은 아이들에게 베풀고 싶으니까.


누군가는 선생님들을 향해 ‘철밥통’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교사를 정년퇴임까지 해낼 자신이 내겐 없다. 그래도 언젠가 내가 받은 격려를 다 돌려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미련 없이 이곳을 떠나고 싶다. 그게 40대든, 50대든, 정년 퇴임이든.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동안 아낌없는 격려를 해주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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