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가 있는 이준이는 매일 1,2교시 도움반에서 수업을 듣는다. 덕분에 이준이는 특수교사 선생님과 본인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수업 중 돌아다니며 소리를 지르는 이준이를 통제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있어야만 하는 일만큼은 시키지 않을 수 있어 마음이 홀가분하다.
오늘 하루만큼은 이준이와 모든 수업을 함께 해야 했다. 특수교사 선생님이 1학년 체험학습을 따라가셨기 때문이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국어, 수학 수업을 듣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그랬을까? 이준이는 잠시도 앉아있지 못하고 교실을 돌아다녔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자리에 앉아 있도록 통제하면 손등을 물어뜯으며 소리를 질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풀 곳이 없어 자해를 하는 것이다. 이준이의 손등에 있는 멍자국은 사라질 틈이 없다.
이준이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갈수록 신경이 예민해졌다. 조금도 수업을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준이가 돌아다니면 다른 아이들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이 이준이에게 감정적으로 대했다. 늘 이준이에게 화내고 나면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고 알림장을 쓰고 있을 때였다. 급하게 공문을 보내느라 모니터 화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자꾸 누가 “선생님! 선생님!”하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고개를 돌리니 이준이가 나를 부르며 서 있었다.
“선생님, 알림장 써?”
“이준이! 알림장 써야지”라고 열 번은 말해야 나무늘보처럼 공책을 꺼내던 녀석이 스스로 알림장을 펴두고 있었다. 돌이켜보니 ‘국어‘를 써야 할 때 ’ 구‘까지 쓰고 받침이 무엇이냐고 묻던 아이가 ’국어‘도 쓰고 ‘수학‘도 한 번에 써낸다. 글자를 틀리면 짜증을 내던 녀석이 군말 없이 지우개를 꺼낸다. 하루종일 느꼈던 이준이에 대한 미움이 씻겨내려갔다.
여태 나만 홀로 분투하는 줄 알았는데, 이준이도 1mm라도 나아가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