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50자 글쓰기 선물
이 사람이 문과인지 이과인지 알아낼 수 있는 질문이 있다.
“눈이 녹으면?”
“물이 돼요.” 이과인 친구가 대답했다.
“봄이 와요.” 문과인 친구가 대답했다.
“슬퍼요.” 내가 대답했다.
친구는 ‘중2병에 걸린 거냐’며 한 소리 했지만 진심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답은 “슬퍼요”였다. 맞다. 감성이 체질이다.
중학교 시절, 매번 수업마다 50자 글쓰기를 했던 국어 선생님이 있었다. 나는 선생님을 감동시키기 위해 50자 안에 내 안의 모든 감성을 꾹꾹 담았다.(선생님이 예뻤다는 건 부정하지 않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생님을 웃기거나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을 써야 했다. 그 날 선생님이 내 글을 보고 ‘큭큭’ 웃는 날이면 ‘성공’이었고 내 ‘감성’을 알아본 날이면 ‘대성공’이었다.
감성이 통했던 경험의 축적 덕분일까. 나는 늘 비장의 무기로 편지를 사용했다. 온전히 진심을 전하고 싶을 때,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고 싶을 때에도. 어느 순간 감성은 이성보다 더 큰 힘을 발휘했다.
누구나 눈이 녹으면 물이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눈이 녹으면 ‘슬프다거나’ 혹은 ‘아쉽다거나’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나는 눈이 녹으면 ‘슬퍼요.’라고 말할 수 있는 나의 감성이 소중하다.
50자의 글을 꾸준히 쓰게 한 선생님 덕분에 기왕이면 감성적인 사람이 되자고 마음먹었다. 오늘도, 내일도 애틋한 감성을 마음껏 채워나가야지.
감성이라 쓰고 물들인다고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