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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랑 Feb 12. 2024

'여의도 사투리'와 '여의도 문법' (2)

- '언어 빅데이터' 분석에 기초한 집단 의식 분석

이전 글('새로운 표현의 창발에 관하여')에서 '여의도 문법'과 '여의도 사투리'라는 표현의 출현 시기를 포털의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여 짐작해 보고 계열축이나 통합축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표현의 창발에 대한 단상을 적었다. 포털 업체에서 제공하는 검색 서비스는 인공적으로 구축한 말뭉치가 아니라 www 상에서 생성-유지-소멸의 과정을 겪는 자연스러운 언어 현상을 반영하는 '언어 빅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한 수단이다. '언어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언어 연구 외에도 다양한 인문학적 성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의도 문법'이라는 표현이 수용되고 있는 사회에서 '여의도 사투리'라는 표현의 등장은 정치인 혹은 정치에 대한 한국 사회의 태도에 변화가 일어났음을 시사하는 게 아닐까?


어떤 사회에서 누군가가 다른 언어의 문법을 구사한다면 이는 해당 사회와는 다른 사회에 속해 있음을 드러낸다. 누군가가 한국 사회에서 '영어 문법'을 사용한다면 그 사람은 스스로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특정 집단과 관련하여 이질적인 문법('여의도 문법')이 존재함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사회라면, '여의도'로 대표되는 집단이 대중과는 구별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여의도 문법'이라는 표현의 등장은 한국어 집단에는 정치권을 이질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할 수 있다. 


'여의도 문법'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집단에서 새로운 표현 '여의도 사투리'가 등장했다. 무엇을 시사할까? '사투리'는 '문법'보다 더 특수하다. '문법'이 개별 언어의 규칙을 가리킨다면 '사투리'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으로만 통용되거나 혹은 다른 집단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를 가리킨다. 한국어 집단 중 일부 특수 집단에서만 사용하고 때로는 다른 하위 집단에서는 이해하기 어렵기도 한 언어가 사투리다. '여의도'로 대변되는 정치권에 대한 인식이 조금 나빠진 결과로 나타난 표현이 '여의도 문법'이라면, 그런 인식이 더 나빠져서 이제는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정도'가 되었음을 시사하는 표현이 '여의도 사투리'다. 정치권에는 '(한국어) 문법'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정치권) 사투리'가 존재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이지 않을까?


개인 연구자들이 '언어 빅데이터' 속에서 특수한 표현과 관련된 생성-성장-소멸 등에 해당하는 표현들을 손쉽게 추출 내지는 정리할 수 있는 시대가 된다면 집단의 교양 수준, 집단의 인식 변화, 문화 요소의 변화 내지는 세미오시스를 보다 다양하게 연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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