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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B Feb 26. 2023

찔리면 아픈 것들을 막고 싶다

빛나는 부유함 사이에서 나를 보호할 무기를 찾아서

가끔 찔리면 아픈 것들이 있다. 선인장의 가시, 미끄러진 손 사이로 떨어진 접시의 조각들이 그러하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제거하지 않고서도 꽤 깊숙이 오래 마음속을 떠다니는 가시들이 있다.


스스로의 삶을 온전히 책임지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 대한 자책감의 경우에는,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적는 플래너의 빼곡함이 잠시 위안이 된다. 물론 단 하루조차도 안주하고 싶어 하고 느리고 게으른 나를 또다시 탓하기는 한다. 그래도 조금의 변화가 생기는 듯해서 스스로 칭찬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스스로와의 관계 이외에도 더 아프게 괴롭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몇 달의 노력에도 바뀌지 않을 물질적 부. 잘 차려지고 고운 것들로 여유 있는 사람들의 두드러진 부유함이다. 내게는 없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넘친다. 어쩌면 왜 너는 그러한 것이 없냐고 묻는 따가운 보이지 않는 시선이 사람을 더 아프게 하는 것 같다.


타인과 비교하는 시선이 자존심을 찌르는 소리를 막아내고 스스로를 보호할 무기가 누구에게나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을 비싸고 아름답게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명품이라 부르는 수많은 것들로 말이다. 남들이 쉽게 가질 수 없고 가장 눈에 빛나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더 빛나서 앞서나가기 혹은 저 빛들 사이에 뒤처지지 않기가 목적일 것이다.


스스로를 가꾸고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것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아름다움이 목적이 아니라 오가는 익명의 사람들과 친한 사람들의 관계에서 아프기 싫기 때문에 자존감을 지키는 무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존재가 빛나지 않아서 타인과 비교가 될 때 결핍의 순간은 어릴 때나 커서나 여전히 마음에 오래 남는 가시가 된다.


손목에 걸친 명품시계나 어깨에 맨 명품백이 마치 마법사의 도구처럼 타인의 시선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현대인의 물질적 무기로 기능하고 있다. 무기가 많은 여행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친구의 고민이 더 무겁고 아프게 느껴졌다. 적어도 마음을 더 찌르게 하지 않는 호신의 무기는 필요하다고 뒤늦게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스스로를 더 찌르는 사람이라 내게도 생존에 필요한 무기가 필요하다.

내가 풍요를 느끼는 순간은 문구류를 사모을 때, 많은 책을 한꺼번에 도서관에서 빌릴 때이다. 지식을 모으는 순간, 나만 아는 내 세계를 넓히는 공부하는 순간은 풍요의 감각과 함께 비난의 소리가 잦아든다.


글 쓰는 순간은 매번 힘들지만 동시에 뿌듯하기도 하다. 논문을 쓰기 위해 자료를 읽거나 초고를 적는다면 내 무기를 만드는 과정을 겪어내는 것이다. 결핍된 부에 대한 불안을 안고서도 말이다. 오히려 공부하기보다 불안을 이겨내는 게 더 복잡하고 어렵다.


앞으로 몇 년 간은 미래의 나에게 글 쓸 자격이 있다고 원하는 주제로 연구할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무기를 매일 만들 것이다. 불안과 슬픔으로 무기력한 날들이 여전히 있겠지만 말이다. 모두들 어떤 형태로든 스스로를 지킬 무기를 찾아서 덜 아프게 살아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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