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스튜디오 촬영

by 소화 데레사

오늘은 엄마와 스튜디오에서 만나기로 했다.

어제 하루 종일 오늘 있을 스튜디오 촬영에 뭘 입고 갈지, 머리는 어떻게 하고 갈지, 화장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요즘 코로나로 집에만 있었더니 몸무게가 확 늘어 얼굴이나 몸이 예쁘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옷을 이것저것 서너 벌 바꿔 입어 보았지만 영 어울리는 옷이 없다. 사실 옷은 아무 잘못이 없고, 내 몸이 이상한 것이었는데 난 엉뚱하게도 옷 탓을 하고 있었다.

괜히 찍는다고 했나?

꼭 지금 사진을 안 찍어도 되는데.

그냥 취소하고 나중에 다시 날을 잡으라고 할까? 별의별 생각을 다 해 본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찜찜한 것이 오늘 꼭 가서 사진을 찍으라고, 아니 찍어야만 한다고 누군가 속삭이는 듯하다.


어제 큰언니의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들었다.

사돈어른은 우리 엄마보다 2살 위였다 외국에 계시는 분이라 조문은 갈 수 없었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 드렸다. 요즘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부고를 듣곤 한다.

다 우리 엄마의 연배이시다.

우리 엄마 연세는 올해로 94세.

아직 총기를 잃지 않고 정정하시지만 하루하루 지켜보는 맘은 늘 살얼음판이다. 그래서 오늘도 기어코 스튜디오에 가서 사진을 찍고 싶었던 것 같다.

둘째 언니가 엄마를 모시고 스튜디오로 왔다.

차가 많이 막혔다고 약속시간보다 15분이나 늦게 왔다.

보통 때 같았으면 짜증이 날 수도 있었지만, 요즘은 엄마랑 함께 하는 일상 하나하나가 다 마지막 같아서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한 손에 지팡이를 집고 다리에 힘이 없어 조금씩 흔들리는 몸을 지탱하며 걸어오는 엄마의 모습이 짠하기까지 했다.


카메라 앞에서 이런저런 자태로 수백 방의 사진을 찍었고, 사진작가의 화려한 말솜씨 덕분에 분위기는 참 좋았다.

한참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던 작가님이 엄마 혼자만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어 보자 하셨다. 그리고 수십 방의 카메라 셔터가 눌러졌다. 엄마는 사진작가의 말에 따라 방긋방긋 웃었다. 귀여우시다는 말을 연발하는 사진작가를 바라보는 엄마의 웃는 눈망울엔 슬픔이 묻어났다.

마치 영정사진이라도 찍는 것처럼.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다 찍고 인화할 사진을 고르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엄마는 한사코 본인의 독사진을 찾지 않겠다고 거부하셨다. 카메라 렌즈 너머 비친 본인의 모습이 너무 늙어 있다고, 얼굴의 주름과 흰머리는 당신이 아닌 것 같다고, 앞으로 절대 스튜디오에서 사진 촬영을 하지 않겠노라고 천명을 하시면서 말이다. 아마도 본인의 모습이 예전 같지 않음이 서글프고 속이 상하셨나 보다.


오늘 스튜디오 촬영을 기획하고 예약한 사람은 나의 딸이었다. 엄마와 72세 차이가 나는 용띠 손녀딸.

내가 요즘 우리 엄마와의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기록하고 싶어 하는 것을 눈여겨본 내 딸의 선물이었다.

엄마는 확실히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오늘 찍은 사진의 선별과정에서 액자와 앨범을 만드는 비용 이야기가 나오니 소스라치게 놀라셨다. 백만 원이 넘는 돈을 드려 사진을 찍다니 많이 놀란 눈치다. 하지만 난 촬영하는 그 순간순간이 즐거웠고, 엄마와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돈은 별로 아깝지 않았다. 내일이 되면 오늘의 이 시간도 정말 아름다운 추억이 될 테니까.

난 마냥 엄마의 어린 막내딸이었는데 이젠 내 딸이 훌쩍 커서 엄마와 할머니를 보좌하고 있었다.

이렇게 한세대가 저물고 또 다른 세대가 그다음을 이어가는 세월의 수레바퀴 속에서 오늘도 난 엄마와, 딸과, 나와 함께 늙어가는 친구 같은 언니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