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장어 이야기

by 소화 데레사

오늘은 엄마가 우리 집에 오셨다.

내가 작은언니와 함께 우리 집에 놀러 오시라고 초대를 했다. 대학교수로 있는 작은언니가 중요한 보직까지 맡아 가뜩이나 바쁜 사람이, 개강을 하고 나면 더 많이 바빠질 테니 그럼 한동안은 이런 조합으로 만남을 갖기가 쉽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엄마 생각엔 대학교수는 연구일도 있고 하니, 시간도 좀 자유롭고 여유가 있지 않나 하는 모양인데 보직교수가 된 언니는 엄마의 바람대로 엄마와 시간 보내기를 할 수 없어진 지 이미 오래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는 점점 외로움을 타기 시작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입맛이 없다고 며칠씩 투쟁 아닌 투쟁을 하셨고, 그 투쟁은 보약 한 재 지어 드리고, 병원 가서 영양제 한대 놓아드려야 끝이 났다.


이번 만남에도 아니나 다를까 엄마는 봄을 타고 계셨다.

입맛이 없어진 지는 며칠 되었고, 매사에 심드렁 해 지셨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엄마는 성당에 미사 드리러 열심히 가셨을 것이고 곧 개학할 성당 시니어대학에도 다니셨을 것이다.

엄마의 인생에서 종교란 아주 큰 의미가 있으며. 그 힘으로 지금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중요한 성당에 가지 못하니 얼마나 힘이 드실까.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주변에 친구가 많아야 한다는데, 엄마의 친구들은 현재 성당에 다 계신데 말이다.

요즘은 그저 성경책과 씨름 중이며 간혹 시간 날 때 국민예능으로 자리 잡은 미스터 트롯 재방송 시청이 엄마 일과의 전부인 것 같다.

부쩍 힘이 달리시는 듯 보여 보양식 드시고 힘내시라고 우리가 오늘 선택한 식사 메뉴는 장어였다.

그런데 엄마는 장어를 딱 세 조각 드시고 젓가락을 내려놓으셨다.

그 바람에 같이 간 식구들이 다들 본인의 양 이상으로 배가 불러 더 이상 못 먹겠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장어를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는 말씀하셨다.

"어느 신부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나이 들면 가족들과 추억을 많이 쌓아 놓으라고, 그래야 그 추억 곱씹어 가면서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다고 하시더라"

엄마는 어느 신부님의 말씀을 빌어 우리에게 말씀을 하고 계셨다.

"얘들아, 내가 원하는 것은 보양식인 장어가 아니라, 너희들과 보내는 재미있는 시간이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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