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장갑. 아니 손 모아 장갑
요즘은 추워도 너무 춥다.
내가 어릴 때라고 겨울이 안 춥지는 않았을 텐데, 날이 갈수록 매년 더 추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며칠 전 길을 가다가 우연히 어떤 여성분을 봤는데, 그 여성분이 벙어리장갑을 끼고 있었다.
아참. 과거에는 벙어리장갑이라 불렸으나, 이는 언어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2013년부터 사회복지법인 엔젤스헤이븐을 중심으로 손을 모은다는 의미의 '손 모아 장갑'으로 바꿔 부르자는 캠페인이 시작되었고, 현재는 이 명칭이 쓰이고 있다.
손 모아 장갑이라는 표현을 처음 들었을 때 너무 적절하게 잘 만들어진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훌륭한 생각을 했을까 하고 감탄을 하기도 했다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흔히 사용하던 언어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여 자꾸자꾸 언급해 준다면 곧 모든 사람들의 입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손 모아 장갑으로 돌아가서
겨울에 장갑을 끼고 다니는 것이 신기한 일은 전혀 아니기에 별로 화재거리가 될 것은 없지만, 그 여성분이 유독 내 눈에 들어왔던 것은 그 여성의 손 모아 장갑에 연결된 줄이었다.
장갑과 장갑을 줄로 연결해서 목 뒤로 두른 모양이 옛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내가 어릴 때 엄마는 뜨개질로 내게 털스웨터, 털바지, 털조끼, 털목도리, 털장갑등을 떠 주셨다.
어떤 것은 대바늘을 이용해서, 어떤 것은 코바늘을 이용해서 예쁘게 꽈배기 문양까지 넣어가며 각종 옷과 소품들을 만들어 주셨다. 그중 장갑에는 꼭 줄을 떠서 장갑과 장갑 사이를 연결해 주셨다. 그래야 장갑을 손에서 빼도 목에 걸린 줄에 매달려 있으니 잃어버리지 않는다고 하셨고, 진짜로 난 그 장갑 줄 덕분에 어떤 장갑도 잃어버린 적이 없었다. 가끔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장갑 한 짝을 보게 되면, 장갑을 잃어버린 사람이 얼마나 속상할까 싶으면서 옛날 어릴 적 장갑과 장갑 사이를 연결하던 줄이 생각나곤 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장갑 줄을 목에 두른 어떤 여성을 본 것이다. 그것도 어린아이가 아니고 성인 여성분을.
그 모습이 너무 반가워 하마터면 모르는 사람한테 말 걸 뻔했다.
"어머, 우리 어릴 때 하고 다녔던 이 손 모아 장갑 끈을 예쁘게 하고 다니시네요!" 하고.
신호등 반대편에 서 있던 여성분은 장갑 낀 두 손을 흔들며 내 옆을 지나갔고, 내 얼굴엔 미소가 지어졌다.
어릴 때 엄마가 떠 준 손 모아 장갑을 생각하면서. 엄마가 만들어 주신 장갑을 버리지 말고 하나쯤은 갖고 있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한 겨울이면 내게 따뜻함을 선물했던 나의 엄마가 오늘따라 유난히 더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