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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 Nov 25. 2022

모든 것은 건강검진으로부터

상상은 시한부 현실은 만성질환?

마치 "조만간 밥 한 번 먹자"처럼 대한민국의 사회인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아 올해 건강검진 해야하는데"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면 다음 번 만남에서도 똑같이 말한다는 것이다. 아, 조금 다르게 말할 수는 있겠다. "내년엔 꼭 해야지" 


건강검진을 받지 않게 되는 이유라면 여러가지가 있겠다. 일단 나이가 50-60대가 아니라면 국가에서 나오는 기본 검진 자체가 너무 기초적인 검진들이라 큰 의미가 없게 느껴질 것이고, 20대들은 학생 때 신체검사에서 특별한 문제가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건강에 이상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을 수 있으며 30대가 되어서는 정말 바빠서 검진을 받지 못할 수도 있지만 뭐가 나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자꾸만 일을 미루기도 한다. 


뭐, 이유가 어찌됐든.

나도 한때는 '검진 해야지 해야지' 생각만 하고 말만 했었는데 어느 순간 검진을 그야말로 밥 먹듯이 쉽게, 또 자주 하고 있다. 건강염려증이 생기면 검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디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고 치자. 의사선생님이 '당신의 병은 00000 입니다.'라고 말하면 그때부터 불신이 생긴다 '정말요?' (물론 의사선생님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정신병일 뿐) 나는 이게 아무리 생각해도 중병의 증상 같은데 선생님은 본인이 처방하는 약만 먹으라고 말하니 초조함만 커진다.


"선생님, 저는 좀 더 검사를 해 보면 좋겠어요"


만약 내가 간절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한다면 아마 의사에게서는 두 가지 반응 정도를 예상할 수 있는데,


"본인이 의사세요?"

"신경정신과에 가 보세요."


전자의 경우 빈정거리는 선생님을 만나면 속은 상하지만 틀린 말이 아니어서 할 말이 없다. 후자의 경우 나의 이 심각한(사실은 그렇지 않은) 증상을 정신질환의 반응으로 치부하는 이 선생님을 신뢰할 수가 없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정신병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건강검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곧 최대한 합리적인 비용으로 많~은 검사를 해 주는 곳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20대 중반에 온몸의 초음파와 심장CT, 뇌MRI/MRA까지 예약하고 있는 내 모습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건 아니라고 과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은 이미 멈출 수가 없다.  그마저도 '2030 여성의 조기 유방 검사는 오히려 유방암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라는 문구는 나같은 이들에게 아주 치명적이다. 


'그럼 내 유방은?! 누가 보장해주지? 추가금액을 내면 유방 초음파를 받을 수 있다고? 오호 좋아. 뭐?! 잦은 CT 촬영은 방사선 노출로 몸에 해롭다고? 그럼 젤 걱정되는 심장 먼저 찍고 내년엔 꼭 복부를 찍어야지.'


취업 사진 찍을 때도 아무렇게나 찍은 나였건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뼈 사진 폐 사진 심장 뇌 혈관 위 사진까지 예쁘게 찍고 몇 주를 기다리니 결과가 도톰한 책자로 도착했다. 그걸 열어보는 심정 또한 취업 결과보다 떨렸으리라. '하 아무리 봐도 내 증상이 암의 전조증상인데, 암이라면 무엇부터 해야하지?'


아마 모두가 기대한 이 글의 결과는 '지극히 정상'이었겠지만 삶은 원래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측 갑상선 대형 결절, 내원 요망

-대장 내 용종 절제, 조직검사 의뢰

-간수치 이상, 중등도 지방간으로 내원 요망


최악도 최선도 아닌 그 어딘가. 그러니까 정상도 비정상도 아닌 그 경계선 즈음. 어쩌면 그것이 나의 의료쇼핑의 문을 열어주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확인이 필요합니다' 라는 말은 멀리 사라지고 '암일 수 있어요' 라는 말만 귀에 들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검색을 하고 있었다. 어느 병원에 가야하지? 갑상선은? 간은? 대장은? 어느 선생님이 좋지? 예약을 얼마나 빨리 잡을 수 있지? 머릿속이 복잡하고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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