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장암도 아일랜드 캐슬 워터파크 이야기
어떤 이야기는 시작부터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 같습니다. 경기도 의정부시 장암동에 자리한 아일랜드 캐슬 워터파크의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2025년 7월 9일, 5년 만의 재개장을 알리는 팡파르가 울려 퍼졌을 때,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엔 안도와 피로가 동시에 묻어났습니다. 26년. 한 아이가 태어나 성인이 되고도 남을 시간 동안, 이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는 희망과 절망, 탐욕과 좌절의 무대가 되어왔습니다.
모든 것은 1999년, 낡은 라전모방 공장 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땅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온천수가 솟아올랐을 때, 사람들은 운명의 신호라고 믿었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온천." 이 매혹적인 문구는 곧 거대한 꿈의 설계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운명은 잔혹했습니다. 2001년, 라전 회사가 파산하면서 첫 번째 죽음을 맞았습니다. 꿈은 땅속에 묻혔고, 6년 동안 그 자리엔 잡초만이 무성했습니다.
2007년, 유니온브릿지홀딩스라는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했습니다. 한국자산신탁이 개발신탁으로 참여하고,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았습니다.
때는 마침 한국 부동산 개발의 황금기였습니다. 2000년대 중반, 주 5일제 도입과 함께 레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전국 곳곳에서 대형 리조트 개발 경쟁이 벌어졌습니다. 용인 에버랜드는 2008년 캐리비안 베이를 대폭 확장하여 '와일드 리버' 구역을 추가했고, 대명그룹은 비발디파크에 오션월드를 개장하는 등 워터파크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이런 열기 속에서 장암 프로젝트의 야심은 남달랐습니다. 호텔 101실, 콘도 531실, 그리고 9,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워터파크. 롯데건설은 이 거대한 프로젝트에 1,250억 원의 공사비를 투입했습니다 [주 1]. 이는 당시 워터파크를 포함한 복합 리조트 개발 프로젝트 중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였습니다.
2009년 11월, 마침내 준공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는 더 큰 비극의 서막이었습니다. 531실의 콘도미니엄은 텅 빈 채 주인을 기다렸고, 자금줄은 메말라갔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한국 레저산업을 덮친 것입니다.
[주 1] 공사비 규모 추정
공사비 규모에 대해서는 자료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일부 보도에서는 600억 원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2024년 8월 뉴시스 보도에서는 1,250억 원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본공사비와 부대공사비의 포함 여부, 또는 시점별 이자 포함 여부에 따른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편 2016년 경매 당시 감정가는 약 2,600억 원으로, 이는 건물과 부지를 포함한 전체 자산 가치를 의미합니다.
2011년 1월, 외환은행이 임의경매를 신청했습니다. 이것은 전쟁 선포와 같았습니다. 롯데건설은 600억 원의 미지급 공사대금을 외치며 건물을 점거했고, 나우동인건축사무소와 한미글로벌건축사무소도 전선에 합류했습니다.
2011년 9월 28일, 첫 경매. 감정가 365억 원. 하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5년이 흘렀습니다. 용인의 영진레저가 쓰러지고, 파주의 금강산랜드가 신음하는 동안, 장암의 유령 건물은 묵묵히 시간을 견뎠습니다.
2016년 6월, 홍콩에서 구원의 손길이 왔습니다. 액티스 캐피탈(Actis Capital) 계열의 어퍼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 그들은 441억원에 이 폐허를 샀습니다. 감정가의 6분의 1. 누군가는 잘못 샀다고 비웃었지만, 그들에겐 계산이 있었습니다.
2년간의 대수술 끝에 2018년 6월 30일, 드디어 물이 흘렀습니다. 첫해에만 100만 명이 다녀갔습니다. 사람들은 환호했고, 언론은 '기적'이라 썼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또다시 등을 돌렸습니다. 2020년 2월, 코로나19라는 이름의 검은 파도가 모든 것을 집어삼켰습니다. 문은 다시 닫혔고, 5년의 침묵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사이 콘도를 생활형 숙박시설로 바꾸려는 시도가 네 번이나 있었지만, 의정부시는 단호했습니다.
"공공성" 이 한 단어가 모든 것을 막았습니다.
2024년 6월, 조심스러운 재개장이 시작되었습니다. 웨딩홀이 먼저 문을 열었고, 9월엔 101개의 객실이 손님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25년 7월 9일. 김동근 의정부시장이 축사를 읽는 동안, 물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1,000장의 무료 입장권은 속죄의 의미였을까요, 아니면 새로운 약속이었을까요.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소개해야겠습니다.
유니온브릿지홀딩스. 원래의 시행사였던 그들은 2009년 파산과 함께 무대에서 사라졌습니다. 마치 셰익스피어 비극의 1막에서 죽는 인물처럼.
롯데건설. 600억원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그들은 건물을 점거했습니다. "유치권"이라는 방패를 들고. 이것이 이후 모든 갈등의 씨앗이 되리라곤 아무도 몰랐습니다.
어퍼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 2016년의 구원자. 하지만 그들도 곧 깨닫게 됩니다. 441억 원에 산 것은 건물이 아니라 분쟁의 역사였다는 것을.
가장 큰 문제는 롯데건설이었습니다. 600억 원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롯데건설은 '유치권'이라는 법적 권리를 내세워 건물을 점거하고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내 돈 받을 때까지 여기서 안 나간다"는 것이었죠.
어퍼스트리트는 어쩔 수 없이 롯데건설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결과는? 무려 502억 8700만 원을 추가로 지불하기로 한 것입니다. 건물값 441억 원보다 더 많은 돈을 '화해금'으로 낸 셈이죠.
하지만 이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도 평화는 오지 않았습니다. 워터파크 안에는 또 다른 폭탄들이 숨어있었으니까요.
코스모스. 2013년 경매로 워터파크 안의 작은 휴게음식점을 샀던 이들. 2018년 어퍼스트리트가 그들의 가게 주변에 칸막이를 세웠을 때, 그들은 법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대법원까지 간 이 싸움은 한 가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아무리 작은 소유권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의정부시는 다소 이중적인 위치에 있었습니다. 도시계획시설로서의 공공성을 지켜야 하는 수호자이면서,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바라는 추진자. 네 번의 생활형 숙박시설 전환 요청을 모두 거부한 그들의 선택은 원칙이었을까요? 아니면 고집이었을까요?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차갑고 명료했습니다. "롯데건설이 2011년 경매절차 압류 효력 발생일 전에 유치권 행사 목적으로 휴게음식점 건물을 점유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
재판부는 "만약 롯데건설이 휴게음식점에 유치권이 없었다면, 어퍼스트리트가 워터파크를 운영하면서 그 한가운데 있는 휴게음식점을 사용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명백한 문제를 알면서도 어퍼스트리트가 계약했을 리 없다"고 보았습니다.
즉, 롯데건설은 애초에 휴게음식점에 대한 유치권이 없었고, 어퍼스트리트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502억 원이라는 거액을 지불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법률 실사(due diligence)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어퍼스트리트는 아마도 롯데건설이 건물 전체에 대해 유치권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고, 그래서 휴게음식점까지 포함해서 유치권 해결 비용을 지불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필요 없는 돈을 지불한 셈이 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단순한 승패를 넘어, 대규모 복합시설의 운명이 얼마나 복잡한 실타래로 얽혀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 그리고 대법원까지. 코스모스는 끝까지 싸웠고, 이겼습니다. 칸막이는 철거되어야 했고, 매달 71만 5천 원의 배상금이 책정되었습니다.
작은 가게 주인의 승리? 어쩌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더 큰 질문을 던졌습니다. 복합시설 안에서 개별 소유권은 어디까지 보호받아야 하는가.
2025년 7월 현재, 워터파크는 돌아가고 있습니다. 실내 워터파크와 101실의 호텔이 손님을 맞고, 하루 9,000명이 드나들 수 있는 거대한 시설이 숨을 쉬고 있습니다. 600미터의 유수풀을 따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흐릅니다.
하지만 그림자는 여전히 드리워져 있습니다. 2024년 재개장 준비 과정에서 발생한 15억 원의 미지급금. 총 공사비 30-35억 원 중 절반이 아직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업체별로 순차 처리 중"이라는 경영진의 말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합니다.
26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화해의 순간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의 정의만을 외쳤고, 타협은 패배로 여겨졌습니다.
화담 법무법인의 정홍철 변호사는 말했습니다.
각자가 소유권을 가진 상황에서는
상호 협상만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복잡한 이해관계, 사라진 원 시행사, 신뢰의 부재, 제도적 조정 시스템의 부재. 이 모든 것이 얽히고설켜 26년이라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도심 속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휴식 공간". 김동근 의정부시장의 이 말은 희망적입니다. 서울 북부와 경기 북부의 유일한 대규모 워터파크. 연간 수십만 명이 찾을 것이라는 전망.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하지만 이 건물은 단순한 레저시설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한국 부동산 개발의 명과 암, 레저산업의 취약성, 법적 시스템의 한계를 모두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과서입니다.
26년
한 세대가 지나는 시간 동안 이어진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갈등은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가. 공공성과 사익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데 꼭 이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한가.
장암 워터파크의 물결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이 질문들을 곱씹어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단지 하나의 워터파크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갈등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정홍철 변호사의 한마디가 계속 뇌리에 남습니다.
상호 협상만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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