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심근경색 체험수기 1
그날 밤,
나는 왜 갑자기 ’급성심근경색’을 검색했을까?
아무런 이유도 없었다. 건강했고, 별다른 증상도 없었다. 그저 마음 한구석에서 일어난 작은 호기심이었다. 마치 누군가 내 어깨를 살짝 두드리며 “이것을 보라”고 속삭인 것처럼.
핸드폰 화면에 떠오른 한 의사의 체험담을 읽으며, 나는 그것이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것은 12일 후 내 생명을 구할 예언서였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으로 시작된다
그 문장을 읽으며 나는 여전히 건강한 40대였다. 설악그란폰도 205km를 완주했던 강인한 심장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운명은 이미 12일 후의 각본을 써놓고 있었다.
누군가 내 가슴을 망치로 내리치고 있었다.
금요일 새벽, 그 둔중한 타격에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아직 꿈과 현실의 경계에 있었다. 하지만 눈을 뜨자 현실이 더 잔인했다. 가슴 한복판에서 주먹만 한 크기의 불덩어리가 타오르고 있었고, 그 열기는 매 순간 더 뜨거워져 갔다.
이것은 가위눌림이 아니었다. 몸을 움직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조금이라도 움직일 때마다 그 고통은 화살처럼 날카로워졌다. 마치 누군가 내 심장을 주먹으로 쥐어짜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런 고통이 가능하지?
평소 분당 55회의 규칙적인 심장박동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설악그란폰도 205km를 완주했던 그 심장이, 지금은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터질 것 같았다.
그 순간, 번개처럼 떠오른 기억.
12일 전. 그 검색.
“급성심근경색.”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궁금해져서 읽었던 한 의사의 체험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종류의 통증이었다"는 그 문장이 지금 내 몸 위에서 현실이 되고 있었다.
설마… 정말 설마…
하지만 내 몸은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이것은 소화불량이 아니었다. 체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파괴였다. 소화불량이 강물이 막힌 듯한 답답함이라면, 이것은 댐이 무너지는 것 같은 치명적인 붕괴였다.
여보!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신기했다. 고통이 너무 커서 숨 쉬는 것조차 벅찼는데.
아내가 잠에서 깬 채로 몸을 일으켰다. 평소 같으면 “왜?”라고 물었을 텐데, 내 표정을 본 순간 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아내의 눈에는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이 비쳐 있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의 얼굴.
가슴이… 너무 아파. 119 불러줘.
그 순간, 시간이 정지했다. 그 짧은 문장 속에 우리 둘 다 알고 있었다. 평범했던 금요일 아침이 생과 사의 갈림길로 바뀌었다는 것을.
차로 가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백병원까지 10분이면…
아내의 제안이 합리적이었다. 119가 오고, 현장에서 응급처치 하고, 병원까지 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자가용이 훨씬 빠를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선택 뒤에는 우리가 모르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래. 가자.
일어서려 하자 세상이 기울어졌다. 베개에 밴 내 머리의 온기, 이불의 부드러운 촉감,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의 따스함. 모든 것이 갑자기 소중해 보였다. 혹시 이것들을 마지막으로 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갔다.
옷을 갈아입는 것조차 가혹한 시련이었다. 팔을 들어 올릴 때마다 가슴의 통증이 번개처럼 온몸을 관통했다. 양말을 신으려고 허리를 굽히자 가슴속 무언가가 터질 것 같았다.
차에 오르는 순간, 또 다른 적이 찾아왔다. 메스꺼움. 위에서 무언가 올라오는 느낌이었지만, 실제로는 헛구역질만 났다.
잠깐, 집에 들어가자.
다시 집으로 들어가 화장실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 내 얼굴은 창백했고, 이마에는 죽음의 전령인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이 모든 것이 D-12에 읽었던 그 체험담과 정확히 일치했다.
정말 급성심근경색이구나.
그 확신과 함께 묘한 침착함이 찾아왔다. 공포보다는 “아, 이런 게 급성심근경색이구나”라는 관찰자적 시선이 생겼다. 마치 의학 교과서의 이론을 실제로 체험하는 학생의 마음처럼.
5분. 소중한 5분을 잃었지만, 이제는 정말 가야 했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10분 거리였지만, 지금은 영원으로 가는 길처럼 느껴졌다. 신호등마다 멈출 때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신기하게도 모든 신호등이 파란불이네.
아내의 말이 맞았다. 마치 누군가 우리를 위해 길을 열어주고 있는 것처럼. 창밖으로 평범한 아침 풍경이 지나갔다. 출근 준비를 하는 사람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는 부모들, 조깅을 하는 사람들.
모든 것이 어제와 똑같아 보였는데, 나만 완전히 다른 세상에 있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 위에서.
하지만 가슴의 고통은 점점 더 심해져 갔다. 좌석에 등을 기댈 때마다 마치 망치로 심장을 짓누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고통이 피부 표면이 아닌 영혼의 깊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때 또 다른 기억이 떠올랐다. 6일 전에 봤던 영화 “바이스”에서 딕 체니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는 장면. 그때는 스크린 속 이야기였는데, 지금은 내가 그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왜 하필 나에게?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1년간 늘어난 7킬로그램의 체중, 줄어든 운동량, 기름진 음식들과 와인, 그리고 무엇보다 과신. 한창 사이클에 빠져있던 시절의 서맥을 믿고 내 심장은 영원히 튼튼할 거라고 착각했던 것.
도착했어.
백병원 응급실 입구가 보였다. 그 순간 안도감과 함께 더 큰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제 정말 시작이었다.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살아남아야 했다.
차에서 내리자 다리가 후들거렸다. 아내가 부축해 주었지만, 각 걸음마다 가슴속 시한폭탄이 터지는 것 같았다.
응급실 자동문이 열리며 소독약 냄새와 함께 차가운 공기가 밀려왔다. 그 냄새를 맡는 순간 확신했다.
D-12에 본 그 급성심근경색이
지금 나에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왜 하필 12일 전에 그것을 검색했을까?
그리고 그 지식이 지금 내 생명을 구하게 될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우선 살아남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