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이 금강산보다 나은가?
산은 저물지 않았다.
저문 것은 빛이었고,
빛이 사라진 자리에
도봉산은 비로소 떠올랐다.
드러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거기 있었다는 듯이.
돌, 바람, 침묵.
모두 말이 없었다.
연암 박지원은
도봉산이 금강산보다 낫다 했다.
금강은 크고 화려하나,
빛나지 않는다 했다.
도봉은 작으나 맑고 밝다 했다.
그의 말은 과하지 않았다.
바람이 불었다.
피부를 스치고,
살갗에 물기를 남겼다.
바람은 지나가고,
기억만이 남았다.
도시는 어두워졌고
‘dobong’이라는 불빛이
이름처럼 켜졌다.
의미는 없었고,
촉감이 먼저였다.
젖은 흙처럼,
빛이 냄새처럼 스며들었다.
달은 멀었고,
별은 차가웠다.
그 밤은
몸이 아니라
마음에 닿았다.
나는 서 있었다.
말은 사라지고
빛도 사라지고
모든 감각은 하나로 모였다.
그 색은,
어둠이었다.
그리고 어둠은,
산의 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