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 배추흰나비
오늘
비밀 아지트를
하나 찾았다
아무도 모른다
바람도
모른다
갈대 뒤
강가
그 강은
자기 이름도 잊었다
나비를 봤다
하얬다
속삭임처럼
그 애는
알고 있었다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
또 한 마리
또 하나
하나
둘
셋
떨어지는
꽃잎 같았다
넷
돌 위에 앉아
아무 소리 없이
노래했다
다섯
여섯
일곱
나는
가까이 갔다
살금살금
여덟
아홉
도망치지 않았다
열
열하나
그리고
마지막
열둘
그 애는
손 위도
꽃 위도 아닌
내 핸드폰
카메라 위에
앉았다
“찾았구나”
말은 없었지만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나는 약속했다
이건
우리만의
비밀이다
우리는
나비 부대다
소리를 내지 않는다
칼도 없다
하지만
고요를 지킨다
맑은 바람을 지킨다
푸른 희망을 지킨다
그리고
지켜간다
계속
함께
언제까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