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돼
나는
밀이삭을 오른다
바람이 계속 불어도
흔들려도
가본다
천천히
가면서 본다
벌레 한 마리
물방울 하나
가면서 들린다
아이 웃는 소리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
된장찌개 냄새
너는
그걸 놓치고 달릴 건가?
도착은 했는데
기억은 없고
손에 든 건 보고서 하나
밀이삭 위에서
기억을 짓는다
그게 살아가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천천히 걷는다
너도
조금
늦어도 된다
설운(設韵-운치와 여운을 만들다)은 법 사이의 리듬을 사유합니다. 법 너머를 걷는 사유자. 이성과 함께 운치와 여운으로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