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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의 말

느려도 돼

by 법의 풍경


2025년 5월 21일 중랑천 밀밭에서 촬영

나는

밀이삭을 오른다

바람이 계속 불어도


흔들려도

가본다

천천히


가면서 본다

벌레 한 마리

물방울 하나


가면서 들린다

아이 웃는 소리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

된장찌개 냄새


너는

그걸 놓치고 달릴 건가?


도착은 했는데

기억은 없고

손에 든 건 보고서 하나


나는

밀이삭 위에서

기억을 짓는다


그게 살아가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천천히 걷는다


너도

조금

늦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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