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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밀 Jun 27. 2021

 [ 사랑 받은 조약돌은 식지 않는다 ]

'몇 시에 하는 라디오 방송 하세요' 라고 물으면

아홉시 라고 답하지만

정확히는 9시 3분부터입니다

오전 9시부터 9시 3분까지는

지역 라디오 뉴스가 나가는데요

얼마 전 입사한 아나운서 후배의 몫입니다

얼마전까지 무척 바쁘더군요

밤새 달라진 코로나 확진자 수를 확인해서

아침 뉴스로 전달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수월한 모양새가 아니었습니다

9시부터 뉴스가 나가야 하는데

50분, 55분에 가까스로

디제이 룸으로 들어가곤 했으니까요

한 날은 거의 시간이 임박해서 들어가선

잘하고 나오는구나 싶었는데

의자에 털썩하고 쓰러지다시피 앉더군요

'어지간히 쪼였구나' 싶어

옆으로 고개를 돌려 얼굴을 쳐다봤습니다

세상에

사람 얼굴이 저렇게

범벅이 될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애처롭고 안쓰러운 마음

후배에게 티슈를 건넸습니다

" 고맙습니다 "

" 나중에 내 아들이 이렇게 땀을 흘리고 있으면

이렇게 누군가가 휴지 줬으면 좋겠다 "

생뚱맞게 아들 이야기를 꺼내서였을까요

후배는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군요

발을 동동 구르고

땀을 흘리는 후배를 보면서

아들 생각이 났습니다

저마다 이 큰 세상에 태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며 살아가는데

얼마 전부터 아들도 합류했습니다

사춘기

달라진 아이를 보면서 무지한 엄마는

소리도 지르고

때리기도 하고

울기도 많이 했습니다

다 알고 있는 정답을 실천하기가

몹시도 어렵더군요

'사랑을 듬뿍 줄 것'

그동안의 세뱃돈을 모아

아들 이름으로 체크카드를

만들어준지는 꽤 됐습니다

늘 카드만 긁다가

하루는 현금을 찾았다 하더군요

"오늘 삼만원 뽑았어"

"어떻게 뽑았어? 엄마가 비밀번호 말해줬었나"

"**** 이던데"

본인 생일, 휴대전화번호 뒷자리 등을 넣어봤고

세 번에 걸쳐 맞췄다고 하더군요

엄마 수준에서 만들 수 있는

비밀번호가 빤히 보였던 겁니다

'다 컸구나'

[ 사랑받은 기억이

가장 큰 동력이 된다

누군가는 사람의 마음을

강가에 뒹구는 조약돌에 비유한다

낮 동안 햇볕을 잘 받은 조약돌은

밤이 되어도 온기를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사랑 받은 기억은

쉬이 잊히지 않는다

그 기억이 남아있는 한

우리는 싸늘한 밤공기에도

식지 않는 조약돌처럼 단단해질 수 있다

온기가 가득 남아있는

조약돌은 밤이 오는 게 두렵지 않다 ]

어느 라디오 오프닝으로 쓰였던 글입니다

제 심정과 맞닿아

한참을 보고 여러 번 읽었습니다

어리고 작은 조약돌에게 햇볕을 주렵니다

아낌없이

듬뿍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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