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번째 : 운이 좋았다는 시선이 다른 것이다

스컹크웍스코리아 대표 김민형

by 김밀

- 주변 지인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해요.


몇 년도인지 모르겠고, 주최가 어디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손글씨 대회가 열린 적이 있다. 입상을 했던 수많은 손글씨 중 가장 좋았던 내용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더듬어보면 이렇다. ‘글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기질이 들어가지만 이 글에는 당신을 위한 응원만을 담습니다.’ 커피와 쿠키를 조심스럽게 들고 나타난 그의 손글씨를 보면서 그때 봤던 손글씨가 떠올랐다.


지역에서 카페 ‘스컹크웍스’를 시작해 성공했고 지금은 베이글, 쫀득이, 막걸리까지 범위를 넓혀 울산과 경주 등에 열 개 남짓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30대 후반의 젊은 대표. 우리 라디오에 카페 이용권을 협찬하고 있고, 디제이 선배와도 친분이 있는 그와는 늘 전화로만 소통을 하다가 다 써버린 카페 이용권을 주기 위해 회사를 찾은 그와 마주했다.


반무테 안경, 흰색 상의와 검은색 하의의 무난한 옷차림 그리고 디올 신발을 그는 사업가라기보다는 외모에적당히 관심을 두는 직장인으로 대기업 사원증이 어울리는 인상이었다. 얇은 목소리라서 마른 체형을 상상했는데, 적당한 몸집으로 말을 하면서 오른손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안경을 자주 추켜올렸다. 덕분에 값이 나가 보이는 시계도 자주 눈에 들어왔다.


젊을 때 성공하면 어떤 기분일까? 얼마나 인생이 재미있을까? 부모에게 물려받은 게 아닌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일찍 성공한 삶에 대한 동경이 있다. 그래서 그를 한번 보고 싶었다. 마흔 중반을 넘어선 나는 이미 글러먹어서 더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 (울산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얘기부터 했다) 친구 두 명과 스컹크웍스를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 네. 고등학교 친구들이에요. 한 명은 고3 때 짝지고요.그때부터 늘 우리 나중에 가게 같이 하자 그랬어요.

- 대학 졸업하고 바로 시작했어요?

- 아니요. 경영학과 졸업하고 은행에 들어갔어요. 은행에 들어간 것도 가게하고 싶어서요. 종잣돈 모으려고요. 그래서 은행에서 딱 3년 일하고 나왔죠. 아, 커피 공부하러 미국에 다녀오기도 했고요.


우물 안 개구리는 늘 도전하는 삶이 궁금하다. 누구나 이순신을 존경하지만 이순신이 되고 싶은 사람은 드물것. 늘 틀을 깨고 계속해서 용기를 내야 한다.


- 하고 있는 가게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경주 황리단길에 있는 스컹크웍스는 가봤고, 황남쫀드기도 봤는데. 그것도 대표님 거였네요.

- 운이 좋았어요. 친구가 결혼을 했는데 와이프 아버지가 과자 공장을 하고 계신 거예요. 그래서 쫀득이 왕창 주세요 해서 가게를 시작했고요. 가게에서 일하는 종업원 아버지가 막걸리 공장을 하는데 잘 안된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름을 바꾸고 포장을 다시 해서 막걸리를 파는 거죠.


‘운이 좋았다’라는 말은 성공한 사람이라면 다 하는 말인가 보다. 누군가의 아버지가 막걸리 공장이 안 된다고 하면 몇 병 주문할까 하다가 그것마저도 안 할 텐데 말이다.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다른 것. 사람에게서는 무엇을 볼까.


- 이력서를 꼼꼼히 봐요. 어찌 됐건 공부하려면 엉덩이 붙이고 해야 하잖아요. 제 세상에서는 힘든 일이 왔을 때 공부를 조금 더 한쪽이 더 잘 견디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가게 관리직들은 중학교 때부터 오랫동안 책상에앉아있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질문을 쏟아냈는데, 귀찮은 내색 없이 대답을 하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되지도 않은, 그러나 진심도 한 스푼 넣은 질문을 던졌다.


- 돈도 많이 벌었을 텐데 이제 놀아도 되지 않아요?

- 많이 못 벌었어요.(웃음) 그리고 몇 달간 아무것도 안 하고 가게만 왔다 갔다 했는데 못하겠더라고요. 뭔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요.


워라밸과 저녁이 있는 삶도 있고, 수십 개의 사업을 벌이는 일상도 있다. 일본 취업 플랫폼 리크루트 광고에는 이런 말이 흘러나온다. ‘성공은 결정적이지 않고, 실패는 치명적이지 않다. 중요한 건 계속할 용기다.‘ 젊은그대, 손에 넣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넣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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