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 빨갛게 익은 초록방울토마토

울산 남구 신정3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김성심

by 김밀

한순간 붉어진 눈가. 눈물이 찔끔 새어 나왔다. 기특한 방울토마토. 언제 익을까 싶었던 초록색 방토는 빨갛고 빨간 방토가 되어 찾아왔다. 후배 작가로 일했던 그는 내가 학원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했고, 일 년 반 동안 마늘과 쑥을 먹고는(?) 공무원이 됐다는 이야기를 전해왔고, 이제 갓 신입 공무원으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지 한번 약속을 미루더니, 그가 일하는 직장 근처 샌드위치 가게로 오라고 했다.


약속 당일에는 정확히 오전 8시 49분에 그에게서 메뉴판 톡이 날아 들어왔고, 만나기 10분 전에는 전화로 주차장 위치를 알려왔다. 대접받는 느낌. 그를 만나러 길에 차 창문을 내렸다. 봄을 한 모금 담은, 온수와 냉수 사이 정수 같은 바람이 뺨에 닿았다.


- 성심아, 동네에 플래카드 달았나?

- 하하. 부모님이 좋아하세요.


공무원이 되기 전, 그는 다른 방송사로 이직을 했다. TV작가에서 라디오 작가로 옮기는 것을 두고 고민을 했고, 결국 회사를 옮겨 시작한 라디오 작가 생활이 반듯한 동그라미를 그리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당시 대학가 어느 식당에 마주 앉았다. 저마다 각자의 세상에서 정답은 없지만 참고는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나이 먹도록 넘어지고, 구르고, 처맞으면서 알게 된 것들을 토해냈다.


방송작가는 승진도, 권한도, 책임도 없다. 그래서 숭고한 밥벌이의 본질인 월급과 함께 어느 정도의 ‘재미’가 따라와야지만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땔감이 된다. 한 줌의 재미로 시간을 쌓다 보면 그 세월이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에 저항하는 무기가 되고,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게 된다. 한 글자로 ’ 짬‘의 힘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상황은 그러지 못했고, 결론은 열심히 하지 말라였다.


- 장고 끝에 악수 둔다?

- 제가 생각이 많아요. 그래서 늘 뭔가 결정을 내리기까지 오래 걸리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결정을 하면, 그게 올바른 판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선하기만 했던 그의 눈매에 날카롭지도, 과하지도 않은 적당한 단단함이 묻어 나왔다. 요즘 취미로 복싱을 배운다는 잘 익은 빨간 방울토마토에게 남자친구는 없냐고 물었다.


- 6월에 결혼해요. 공부하는 동안 남자친구가 뒷바라지 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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