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가드닝 일기 - 나는 생초보 가드너다
지난 5월 말 나의 첫 장미 퀸 오브 하트의 꽃봉오리들을 자르는 일명 데드 헤딩, 그리고 가지치기-전정이란 것을 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다음과 같았다.
"장미의 꽃봉오리 밑, 잎이 다섯 장 있는 줄기의 2CM 정도 윗부분을, 장미의 새로운 줄기가 본체의 바깥쪽으로 향하도록 새순이 돋아날 방향을 유도해서 자르면 된다"라고 하는데 사실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꽃봉오리를 자르고 가지치기를 하고 나면 새순이 돋아 난다고? 봄도 아닌데? 어디서? 어떻게? 난 장미의 꽃봉오리들을, 또 가지를 잘라본 적이 없으니. 모르는 것이 당연했고, 두려운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장미의 데드 헤딩과 가지치기를 하고 한 달 정도가 지난 후 그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장미의 가지를 자른 바로 그 아래의 잎줄기와 본줄기 사이에서 그동안은 보이지 않던 눈이 쑥쑥 자라더니 어느새 새로운 잎과 줄기를 또다시 키워 내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장미의 본줄기에 붙어 있는 잎줄기의 방향에 따라 이제 새로운 눈이 어디에 생길지, 그 눈이 자라서 새로운 잎과 줄기를 어떤 방향으로 키우게 될지도 알게 되었다.
가드너들은 그걸 ‘2차 개화’라고 부르고 있다. 장미꽃을 데드 헤딩 후 45일이 지나고 한번 더 꽃이 피어나는 것
이렇게 새롭게 자라난 잎과 줄기의 끝에 또다시 꽃봉오리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새로운 꽃봉오리들이 개화를 하고 나면, 장미꽃을 지난 5월의 봄에 이어 7월 중하순에 한번 더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드너들은 이것을 ‘2차 개화’라고 부르고 있다. 장미꽃을 데드 헤딩한 후 약 45일이 지나고 나서 새로운 잎과 가지가 모두 자라고 꽃봉오리가 다시 맺힌 후 한번 더 꽃이 피어나는 것.
우리 집 장미도 지난 5월 말 데드 헤딩 후 거의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장미는 우리 집 장미 남의 집 장미 상관없이 같은 계절을 공유하며 모두들 서로 비슷한 시간과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한편 5월 말에 장미의 데드 헤딩이 있었다면 6월 말에는 라벤더와 수국의 데드 헤딩이 있었다. 사실 라벤더와 수국은 작년에 이미 데드 헤딩의 경험을 해봤던지라 이번에는 어렵지 않게 꽃들을 잘라 줄 수 있었는데, 한 가지 업그레이드가 된 것이 있다면 장미의 데드 헤딩, 가지치기에서 몸으로 배운 것들을 응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작년에는 그냥 뭉텅뭉텅 아무런 개념 없이 라벤더와 수국의 꽃들을 잘랐다면, 이제는 여기쯤 자르면 이 밑에서 새로운 잎과 가지가 돋아 나겠지?라는 생각과 예측을 하면서 꽃들을 자르게 되었다는 점이 달라진 부분이다.
이렇게 6월 한 달 동안 우리 집 작은 정원을 빛내주었던 라벤더와 수국 사이로 스텔라 원추리라고 불리는 녀석이 여름의 정원을 장식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아이는 꽃이 피고 나서 하루 이틀이면 져버리지만 매일매일 새로운 꽃들을 연속으로 피워 내는 저력이 있다. 그래서 하루 동안 피고 지는 백합이라는 뜻으로 ‘데이릴리’라는 또 다른 영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꽃이다.
그리고 스텔라 원추리 옆에서 여름을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녀석은 에키네시아다. 지금의 우리 집 마당에는 핑크색의 에키네시아 밖에 없지만 사실 주황색의 에키네시아도 작년에 같이 심었었다.
그런데 그 녀석이 올해 봄, 핑크색 에키네시아와 스텔라 원추리 사이에서 제대로 자라지 못해 얼마 전 자리를 옮겨 주었다. 그래서 올해는 주황색의 에키네시아를 볼 수 없는 상황. 부디 올해 여름 새롭게 자리를 잘 잡고 내년에는 풍성한 꽃들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딱 클 만큼만 크고, 성장을 멈춘 후 꽃을 피우고 다시 또 내년을 준비한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클레마티스 리틀 머메이드. 이 아이는 올해 봄에 심었는데 그동안 정말 무섭게 성장했다. 설치해둔 지지대를 넘어 쑥쑥 올라가 버려서 급하게 어닝과 지지대를 연결하여 와이어도 설치해 주었다. 그러던 와중 어느 순간 성장이 딱 멈추었다.
그렇게 잘 자라던 녀석이 왜 성장을 멈추었지? 갑자기 어디 아픈가? 온갖 생각을 다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꽃봉오리 하나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한 해 동안 겨울이 될 때까지 식물이 무한대로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 딱 클 만큼만 크고, 성장을 멈춘 후 꽃을 피우고 다시 또 내년을 준비한다는 것을. 이렇게 생초보 가드너는 6월의 작은 정원에서 또 한 번 새롭고 신비한 식물들의 세계, 인생을 새록새록 배우고 있다.
그럼 만화의 가드닝 일기. 오늘은 이만.
(2022년 6월 16일~6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