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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화 Feb 28. 2023

시작합니다, 올해의 가드닝

좌충우돌 가드닝 일기 - 나는 1년 차 가드너다

가드너들에게 겨울은 정원의 꽃과 식물을 가꾸는 노동에서 벗어나는 쉼의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봄, 여름, 가을 세계절을 함께 했던 꽃들을 만나지 못하는 기다림과 괴로움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길었던, 역대급의 한파를 기록했던 지난겨울이 지나가고, 이제 봄이 곧 손에 잡힐 것만 같은 2월이 되었다. 최저 기온은 아직 영하지만 낮 기온은 영상 7,8도로 쑥쑥 올라가면서 정원을 가꾸는 모든 이들의 마음은 벌써 꽃피는 봄. 정원지기들의 각종 커뮤니티들은 벌써부터 봄의 유혹에 잔뜩 북적대고 있다.

     

나도 몸과 마음의 들썩 거림을 주체할 수 없어, 2월 중순 드디어 2023년 봄맞이 첫 가드닝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작업은 겨울 동안 시든 모습 그대로 우리 집 미니 정원을 쓸쓸하게 장식해 주었던 그라스와 초화들 정리해 주기.

     

그린라이트 그라스와 수크령 모우드리는 밑동 10센티 정도를 남기고 잘라 버렸고, 줄기와 함께 시들어 버린 초화들은 모두 땅 가까이에서 싹둑 잘라 주었다. 또 지면에 붙어 있는 각종 초화들의 시든 잎들은 다시 새로운 잎이 잘 나올 수 있도록 뿌리로부터 떼어주고 정리해 주었다. 

지난겨울의 그라스를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잘라낸 그라스와 초화들은 쓰레기로 버리지 않고 가위로 잘게 자르거나 손으로 부셔서 정원의 멀칭재로 뿌려 주었다. 화학 비료와 농약 등의 사용을 자제하고 '정원에서 난 아이들은 다시 정원으로!'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생태주의적 정원을 가꾸시는 분들이 있다. 우리 집 정원은 크기도 작거니와 아직은 손이 많이 가지 않아 나도 이런 생태주의적 방향에 동참하려 하고 있다. 


이렇게 지난겨울의 흔적들을 정리해주고 나니, 마당이 한결 산뜻해지고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 왠지 마당 이곳저곳에서 당장이라도 새로운 싹들이 마구마구 솟아날 것 같은 기운이 가득하다. 

     

그라스 정리를 끝내고 다음으로 진행한 작업은 잔디 들어내기와 디딤석 추가로 깔기다. 작년에 이런저런 꽃들을 심으면서 마당을 파헤치고 또 부분 부분 마당의 물고임도 메꾸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잔디가 많이 망가져 버려, 차라리 얼마 남지 않은 우리 집 정원의 잔디를 모두 들어내고 디딤석을 추가로 더 깔고 그 사이를 마사토로 채우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작년 초봄에 땅을 파서 놓아 이미 놓아두었던 디딤석을 들어내 다시 흙을 채워 위로 올리고, 또 추가로 디딤석을 주문해 깔았다. 그다음 마사토를 이용해 디딤석과 디딤석 사이를 메꾸어 주었다. 이렇게 힘을 많이 쓰는 일들을 진행하고 나니 온몸의 근육들이 격한 노동에 놀라서 난리가 났다. 그래도 오랜만의 노동과 땀, 깔끔해진 마당 덕분에 살아 있음도 느끼고, 기분도 상쾌해지는 것은 덤. 며칠 근육통으로 고생은 좀 하겠지만, 초봄의 신고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니 정원의 디딤석 작업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는 시비 (施肥), 정원에 비료와 거름을 주는 최적의 시기다. 식물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뿌리가 활동을 시작하며 땅속의 양분과 비료를 본격적으로 흡수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그래서 정원 식물들에게 비료와 퇴비를 공급하기 위해, 병해충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유황칼슘비료와 소나무톱밥을 주재료로 사용하여 냄새가 거의 안 난다고 하는 부숙완료퇴비를 구입했다.     


2월 말 퇴비, 3월 초 유황칼슘비료, 3월 중순 장미/수국 특화 비료, 가드닝 1년 차인 올해는 이런 스케줄을 바탕으로 계획적인 비료 주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가드닝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살아 있는 땅, 힘 있는 땅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유기농 퇴비와 비료들을 양분 삼아 우리 집 미니 정원도 더욱 튼튼하고 건강해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어린 장미에게 주는 퇴비


샤스타데이지는 얼지도 않고 긴 겨울을 그대로 보냈다. 구절초와 아스타의 초록 새싹들이 지면 가까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벚나무 아래의 휴케라는 비록 겨울과의 사투를 펼치며 빛바랜 상태가 되긴 했지만 '영하 17도의 월동쯤은 거뜬 한걸?'이라고 살아 있는 커다란 잎들이 말하는 듯하다.

     

작년 가을에 데리고 와 월동을 위해 커피 마대를 덮어 주었던 어린 장미들은 커피 마대의 무게 때문에 가지 일부가 죽거나 휘어 버렸지만, 비교적 건강하게 겨울을 난 것 같다. 수국은 꽃샘추위가 완전히 끝나는 3월 중순 후에 부직포를 벗기고 지난해에 만들어진 꽃눈들의 생존 유무를 확인할 예정이다.

     

작년 가을 땅속에 심었던 수선화 구근에서 하나 둘 싹이 올라오고 있다. 내 손으로 처음 심은 구근들이 지난겨울의 기록적 한파를 견디고 흐뭇하고 자랑스럽게 싹을 올리니, 그 감동과 설렘을 무엇과 바꿀 수 있을까?     

작년 가을에 심었던 수선화 구근에서 올라오는 싹


23년의 가드닝 시즌이 시작되었다. 비록 손바닥 만한 작은 정원이지만, 올해도 각양각색의 꽃들과 함께할 시간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새로운 흥분과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이렇게 나의 한 살 가드닝 인생은 올해, 걷기를 시작할 수 있을까?      


그럼 만화의 가드닝 일기, 오늘은 이만.

(2023년 2월 16일~2월 28일)


구절초의 새싹들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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