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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화 Mar 15. 2023

수국을 깨웠다

좌충우돌 가드닝 일기 - 나는 1년 차 가드너다 

3월 초의 한낮 기온이 15도를 넘어가는 이상 고온이 지속되다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아직도 부직포를 칭칭 감고 있는 수국은 부직포 안에서 답답할 것이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나도 숨이 턱턱 막혔다. 


그래서 꽃샘추위가 예보되어 있음에도, 용기인지 무식한 건지 과감히 수국의 부직포를 벗기고 월동을 끝내기로 했다. 부직포를 들어내고 보니 가지 윗부분의 눈들은 얼어서 말라 버린 것도 있고 일부 가지들도 죽어 버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말라버린 윗부분의 가지들은 4월 초까지 조금 더 수국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고 정리를 해줄 예정이다. 

수국 월동 조치를 위해 지난겨울 둘러 주었던 부직포를 벗기고 있다


하지만 낙엽에 두툼하게 쌓여 있던 수국 아랫부분의 눈들은 모두 건강하게 살아 있는 상태였다.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살아남은 아랫부분의 눈들과 가지 윗부분의 몇몇 눈들이 쑥쑥 성장해 올해의 초여름에 꽃을 피울 수 있을 거다. 작년 봄에는 아랫부분의 눈들을 제외하고는 살아남은 눈들이 거의 없어서 수국 한그루에서 3,4개의 꽃봉오리 밖에 얻을 수 없었는데, 올해는 좀 더 많은 수국 꽃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수국의 월동을 해제하고, 장미들에게는 2월 말에 이미 뿌려준 퇴비를 이번에는 수국들에게 듬뿍 주었다. 그리고 지난주 부직포에 덮여 있던 어린 장미들의 월동을 해제한데 이어서, 이번에는 영하의 온도에 장미들의 뿌리가 얼지 않도록 겨울 동안 접목 부위에 두툼하게 올려두었던 멀칭까지 해제했다. 멀칭을 들어내고 나니 왠지 뚱뚱해 보였던 장미들이 날렵해져, 새로운 줄기와 잎이 마구마구 달려 나갈 것 같은 기분이다.

접목 부위의 멀칭을 제거함으로써 장미의 월동은 완전히 끝났다


다음으로 봄을 맞이하는 노동은 칼슘유황비료 주기다. 토양개량 효과와 식물 생육발달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 칼슘유황비료를 장미에 집중적으로, 그리고 마당 전체에 골고루 뿌려 주었다. 칼슘유황비료는 칼슘 성분이 꽃과 식물을 튼튼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유황 성분이 병해충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올해 처음 사용해 본 칼슘유황비료의 효과는 5월 꽃 피는 계절이 오면 확인해 볼 수 있을 듯하다. 


장미와 수국의 월동을 해제하고, 시든 그라스를 자르고, 퇴비와 유황비료를 주는 것으로 봄맞이 가드닝의 기본적인 준비는 마쳤다. 다른 정원지기들의 3월을 살펴보면, 장미와 수국 등의 가지치기가 봄맞이 노동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 집 장미와 수국들은 아직 어리고 종류도 많지 않아 봄 가지치기에 들어가는 노동은 거의 없다. 팔다리와 허리가 지금 보다 살짝 더 아파도 괜찮으니 조금 더 넓은 마당에 훨씬 더 많은 장미와 수국들을 키워 보고 싶은 꿈만은 가득하다. 


덩굴장미와 클레마티스를 유인하기 위한 와이어 설치도 했다. 클레마티스 더치 오브 에덴버그가 이번 봄에 잘 자라줄 것이란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옆집과의 나무 경계담에 무타공 브래킷을 끼운 다음 분재 철사로 유인선을 연결했다. 그리고 덩굴장미 보니의 유인선은 작년 가을 이 아이를 심을 때 대부분 설치했지만, 아래쪽의 가지도 유인할 필요가 있어서 추가로 유인선을 연결했다. 나의 기대와 바람대로 보니는 가지를 쭉쭉 뻗어 다글다글 한가득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나무 경계담에 무타공 브래킷과 분재 철사로 클레마티스 유인선을 연결 중


몇 가지의 마당 일이 더 진행되었다. 며칠 전의 디딤석 작업이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에 안 들어 다시 조정했다. 디딤석 두 줄을 한 줄로 만들고 배치도 새롭게 했다. 주문한 디딤석이 50cm 규격인데, 이 디딤석은 너무 무겁다. 혼자 작업을 하면서, 팔과 허리가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 만약 다음에 디딤석을 마당에 깔 일이 다시 생긴다면, 그때는 반드시 30cm 소형 사이즈로 주문할 것임을 다짐했다. 


그리고 붓들레아 화이트 프로퓨전을 심었다. 향기가 좋고, 벌과 나비를 불러들이는 밀원 식물인 붓들레아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오랫동안 고깔 모양의 커다란 꽃을 지속적으로 피우는 튼튼한 꽃이다. 경계벽의 오른쪽은 클레마티스, 왼쪽은 붓들레아라는 정원의 꽃 배치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3월 초 너무 이른 시기에 마당에 심어 이 녀석이 잘 살아날 수 있을지 걱정이다. 

3월 초에 식재한 붓들레아 화이트 프로퓨전

 

수선화에 이어 튤립의 새싹들도 쑥쑥 올라오고 있다. 우리 집 마당에 튤립이라니! 놀라움과 감동의 연속이다. 클레마티스의 시든 가지 사이사이로 새로운 눈들이 도톰하게 부풀고 있다. 차이브의 새잎들이 무럭무럭 씩씩하게 올라오고 있다. 솔체의 새잎은 차가운 땅을 밝혀 주는 초록빛 별 같다. 벼룩이울타리의 새잎들은 부들부들 싱그러움 가득한 강아지 꼬리 같다.

 

튤립의 새싹들이 솟아나고 있다


23년의 봄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또 새로운 계절이 새로운 생명들과 함께 찾아왔다. 나의 50 인생도 봄날의 어린 새싹들과 함께 힘차게 시작되는 느낌이다.


그럼 만화의 가드닝 일기, 오늘은 이만.

(2023년 3월 1일~3월 15일)


식물들이 깨어나기 시작한 3월 초의 미니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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