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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화 Apr 04. 2023

새 봄에는 새 장미

좌충우돌 가드닝 일기 - 나는 1년 차 가드너다

꽃샘추위가 한 번씩 찾아오고는 있지만 평년보다 훨씬 따듯한 3월의 초봄이 계속되고 있다. 


날이 따듯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근질근질, 장미 악마가 속삭이기 시작했다. "전창 앞에 아직 장미 심을 자리가 충분한 것 같아 크크", "안돼, 이제 장미는 충분해! 그 자리는 왜성 붓들레아를 심어야 한다고" 장미 천사가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에버랜드가 자체 개발한 한국 고유 장미 '에버로즈' 시리즈 중 가든 에버스케이프와 퍼퓸 에버스케이프가 택배로 배달되어 있었다.

     

가든 에버스케이프는 다홍색과 분홍색의 꽃을 봄, 여름, 가을 지속적으로 피우는 홑겹 장미로 에버로즈의 상징과도 같은 장미. 퍼퓸 에버스케이프는 2022년 국제장미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장미로 내병성, 연속개화성, 수세 등도 뛰어나지만 퍼퓸이라는 이름답게 그 향기가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장미다.

에버랜드가 자체 개발한 에버로즈 가든 에버스케이프와 퍼퓸 에버스케이프


마침 최저 기온이 영상의 온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예보에, 3월 중순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과감히 새로운 장미들을 마당에 심기로 했다. 그동안 왜성 붓들레아를 심으려고 마음먹고 있던 장소인 우리 집 거실 전창 앞에, 최고 성장 키가 1미터 아래인 아담한 사이즈의 두 장미 가든 에버스케이프와 퍼퓸 에버스케이프가 자리를 잡았다. 


장미를 다 심고 나서 보니 새로운 주인공들과 햇살 좋은 전창 앞자리의 조합이 바로 딱 맞춤 그 자체였다. '여기가 바로 너희들을 위한 자리였구나'라고 생각하며 에버로즈를 주문한 나를 스스로 칭찬해 주었다. 이렇게 3월 중순 이곳에 자리를 잡은 가든 에버스케이프와 퍼퓸 에버스케이프는 지난 보름간 새로운 땅에 잘 적응하며 때 이른 꽃도 피고 새 잎도 쑥쑥 내면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중이다.

3월 중순 노지에 식재한 퍼퓸 에버스케이프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새롭게 데리고 온 장미들뿐만이 아니다. 우리 집 마당의 기존 다른 장미들도 새순과 잎들이 팡팡 터지고 있다. 그래서 장미를 위해 예방 방제를 서둘러 시작하기로 했다. 장미 농장 사장님이나 선배 가드너들은, 장미의 병해충 방지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농약을 쳐야 한다고 말씀을 해주신다. 하지만 우리 집은 장미도 몇 그루 안 되고 마당도 작아, 병해충 관리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천연 방제를 밀고 나가기로 했다.

     

장미의 천연방제를 대표하는 제품은 바로 '님오일'이다. 님오일의 주요 성분이 병해충의 성장과 생식을 방해한다고 해서 장미 가드너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의 장미 병해충 관련 경험을 되돌아보면, 장미들이 첫 개화를 한 5월까지는 무척 건강했지만 6월이 지나고 여름이 되면서 총채벌레와 장미등에잎벌 등의 공격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 올해는 칼슘유황비료도 주고, 차이브와 세이지 등의 병해충이 싫어하는 향기를 가진 식물들을 장미 주변에 배치하고,  2주마다 님오일을 뿌리는 것 등으로 예방방제를 착실하게 진행하며 경과를 지켜볼 예정이다.     

장미의 잎들이 본격적으로 자라기 시작하면서 님오일 예방 방제를 시작


엔들리스 섬머 수국의 눈들이 생각보다 많이 살아남았다. 한해 한해 지나면서 이 아이들이 더 강해지는 것인지, 부직포 월동 조치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그 인과관계는 아직까지 불확실하다. 어쨌거나 이렇게 살아남은 수국의 눈만큼,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수국 꽃을 볼 것 같다.

      

그래서 탐스럽고 풍성한 수국꽃의 개화를 위해 수국에게 효과가 좋은 비료로 알려져 있는 '프로 파머스' 비료를 주었다. 작년에 비록 1년 차의 어린 엔들리스 섬머 수국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득 탐스러웠던 것은 이 비료의 효과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올해도 또 한 번 우리 집 네 그루의 수국들 주위로 한 움큼씩 주었다. 이렇게 3월 초봄의 작은 노동이 결실을 맺어 6월 초여름, 한 달 동안 마당 한쪽을 가득 채워줄 풍성한 수국 꽃들로 돌아와 주기를 기대해 본다. 

엔들리스 섬머 수국의 눈들이 많이 살아남았다

     

본격적으로 봄이 피어오르고 있다. 그래서 동네 화원에서 봄을 대표하는 꽃들인 팬지와 물망초를 데리고 왔다. 물망초는 너무 잘 번지고 지저분해져 마당에 심지 말라는 선배 가드너들의 충고도 있었지만 이 오묘한 파스텔톤의 파랑파랑을 외면할 수 없었다.

     

팬지는 화분에 모아서 심었다. 귀엽고 앙증맞고 또 이런 화려한 색깔들이 어떻게 자연에서 나올까 하는 신기함을 안겨 주는 꽃이다. 세 가지 색 조합의 팬지를 심었는데, 심고 나서 보니 한 가지 색만으로 가득 심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은 기분이다. 이색 저색의 팬지를 조금씩이라도 더 들이고 싶었던 과욕이었다. 

화분에 심은 팬지들


수선화의 꽃봉오리가 터지기 직전이다. 수선화가 개화하면 우리 집 마당에서 나고 자란 23년의 공식적인 첫 번째 꽃이다. 그래서 기대를 가득 가지고 매일매일 두근두근하며 지켜보는 중이다.     


수선화가 피고 나면 다음은 튤립들. 네 종류의 튤립들이 뾰족뾰족한 커다란 잎을 키우며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꼬리풀의 새싹들도 벌써부터 식구들을 불리며 나오고 있다.. 추명국의 새잎은 다른 새싹들과 다르게 꽤 커다란 모양새로 쑤욱 고개를 올리고 있다. 휴케라들은 보들보들한 새잎이 초록과 빨강 각기 다른 색깔들로 반짝반짝 윤기를 뿜어내며 자라고 있다.

튤립과 물망초, 그리고 개화 직전의 수선화

     

비록 아직 소식이 없어 노심초사하게 만드는 식물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무탈하게 겨울을 이겨내고 "나 여기 있어요!"라고 소식을 알리며 무럭무럭 몸집을 키우고 있다.

     

매주, 매일, 시시각각 다르게 우리 집 작은 정원이 자라고 있다. 초록초록한 향기와 설렘과 기대감을 가득 뿜어내며. 다음의 4월에는 또 얼마만큼 바뀌고 또 얼마만큼 자라날까? 하루종일 따듯한 햇볕과 함께 정원에만 있어도 행복한 요즘이다.

     

그럼 만화의 가드닝 일기, 오늘은 이만.

(2023년 3월 16일~3월 31일)


3월 하순임에도 장미의 잎들이 많이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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