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조각 2

기억의 조각 2

by 숨 Breath


3부 2막 제 이름을 갖기까지


<기억의 조각 2>



4_《골목길》


그해 겨울에 불어와

나를 울리고 가는 매서운 바람과


불안을 잔뜩 머금은 먹구름이 몰려와

결코 해가 닿지 않는 골목길.


그때 맡았던 진한 겨울의 향기가

다시 코끝을 스치고 지났다.


다시는 걷고 싶지 않은 골목길이었다.


가장 밝은 해가 내게는 비치지 않는

제외된 절망감.


세상 모두를 비추는 그 환한 빛이

오직 나만 비껴가고 있다는 소외감.


빛의 따돌림.


나의 남은 체온마저 모두 가져가려는

유독 차갑던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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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_《덧칠》


너의 색에

물을 부으면

연해지고,


그냥 두면

누가 덧칠한 듯

진해져만 간다.


내 아침은

너의 색에

물을 붓는 것으로

시작한다.


진해지지 않게.


깊어지지 않게.


다른 색을

찾아보기도 한다.


그 어떤 색도

너만큼 진해지진 못한다.


언젠가 물을 타지 않은

온전한 너의 색을

다시 만나는 날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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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_《추, 하나》


기대를 저버린 채,

가능성을 닫은 채,


역할의 흔적인지, 관계의 무게인지,

선택의 책임인지, 전부인지.


기억의 향기가 묻은 손수건을 차마 빨지 못하는 심정.

꺼내지 못하고 주머니 속에 꼭 쥔 채,

손을 내어 잠시 다른 공기를 접할지라도.


할 일을 다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을 때,

벗어나고 싶은 무게와

따라오지 않는 감정, 그놈의 고집.


빨아도 여전히 같은 향기가 나는 착각 같은 심정.


보고 싶던 마음 하나, 알고 싶은 마음 하나,

알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하나, 기다렸던 다음 하나.


저울 저 끝,

그 반대에 달린 진심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 못하게.


여러 추가 마음에 얹어 넘기지 못하고,

네 편도 한 번, 내 편도 한번.


잔잔한 호수에 추 하나 던질까, 붙들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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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