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에 늘 회고를 합니다.
올해의 좋았던 경험을 어떻게 이어갈지, 아쉬운 경험은 어떻게 줄일지 주저리 적고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년 계획이 세워지더라고요.
오늘은 몇 년의 회고를 하면서 나름대로 찾은 저만의 연말 회고 루틴을 공유해보려고 하는데요. 혹시 적당한 회고 방법을 찾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1. 올해 있었던 주요한 일들을 월별로 정리합니다. 평소에 캘린더로 일정을 관리하시면 생각보다 빨리 끝낼 수 있답니다. 단 '주요한'을 판단하는 기준은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있습니다. 남들이 사소하다고 하든지 말든지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최대한 많이 적는 게 중요합니다.
2. 1번에 정리한 내용 중 기뻤던 순간에 동그라미, 아쉬웠던 순간에 세모, 성장했던 순간에 별표를 표시하고 간단히 이유를 적습니다. 전 혼자 보는 거라 솔직하고 유치하게 적는 편입니다. 하나의 순간에 여러 도형이 겹치는 경우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해서 나누는 게 좋지만 그게 어려우면 겹쳐서 표시하면 됩니다.
3. 동그라미, 세모, 별표가 표시된 내용 중 회사/일과 관련된 건 파란색을 칠합니다. 가족/친구와 관련된 건 초록색, 취미에 해당하는 건 노란색을 칠합니다. 다른 카테고리가 필요하면 얼마든지 추가하면 됩니다. 전 3개로 충분하더라고요.
4. 회고 시트 or 용지 상단에 동그라미, 세모, 별표의 숫자를 적고 그 밑에 각각 파란색, 초록색, 노란색으로 칠해진 도형의 숫자를 적어봅니다. 숫자를 적으면서 임의로 도형이나 색을 수정하면 안 됩니다. (낙장불입이랄까요)
5. 다시 올해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며 [내가 아닌 타인을 기쁘게 했거나 성장하게 했던 순간]에 하트를 표시하고 간단히 내용을 적어봅니다. (하트가 부담되면 다른 도형도 가능한데 하트로 해보세요. 피식 웃으면서 하게 됩니다.) 하트의 개수도 상단에 적어봅니다.
6. 이제 숫자를 째려봅니다. 나의 올해는 어떤 순간으로 차 있는지, 기쁨을 느끼는 순간은 일 때문인지 취미 때문인지, 업무적으로 인격적으로 성장했는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는지. 정답은 없습니다. 균형이 맞아야 좋은 것도 아닙니다. 추상적 수준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올해를 돌아보는 게 목적입니다.
7. 이제 내년 계획으로의 다리를 놓을 순서입니다. 올해 기뻤던 순간, 성장했던 순간을 이어가고 아쉬웠던 순간을 줄이기 위해 내년에 어떤 노력과 계획이 필요할지 적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냥 책 많이 읽기가 아니라 어떤 책을 읽을지 적어야 합니다. 1-6번의 과정을 성실히 하셨다면 충분히 구체적으로 적을 수 있습니다.
이쯤 읽다 보면 "아니, 어차피 뭘 해야 할지 머릿속에 다 있는데 굳이 이렇게 복잡하게 도형 그리고 색까지 칠해야 해?"라고 하실 수도 있는데요. 제 경험 상 막연하게 생각하는 거랑 순서대로 정리하는 거랑 결과가 사뭇 다르더라고요. 그게 프로세스의 힘입니다. 특히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거나 성장시킨 순간은 꼭 한번 고민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나 자신을 조금 더 깊게 돌아보는 시간이 됩니다.
나의 의지와 다르게 지나가버린 23년, 시작 돼버린 24년이지만 조금 더 나은 한 해를 보내기 위해 지금이라도 회고를 해보길! 추천합니다.
그럼 전 기뻤던 순간을 이어가기 위해 일단 여행계획을 세워보는 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