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들리니? 삶의 목소리가...
나는 오래전부터
너에게 말을 걸어왔어.
다만 너는
그것을 고통이라 불렀을 뿐이지.
억울하다고...
외롭다고...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고...
묻던 그 순간에도
나는 조용히 너를 가르치고 있었다.
처음엔 너를 흔들었고
그다음엔 잠시 멈추게 했지.
그리고 언젠가,
미소 지을 수 있는 마음을 남겨두었단다.
그 짧은 간격이
바로 네 인생의 깊이야.
나는 거창한 깨달음의 순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언제나 평범한 하루 속,
아주 사소한 상처를 빌려
너에게 다가가지.
너를 무너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향을 돌려 세우기 위해서 말이야.
ㅡ
너는 처음엔 이렇게 물었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지만 이제
조금씩 이렇게 묻기 시작했잖아.
“이 일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고 했던걸까?”
그 질문이 바뀐 순간,
나는 비로소 너의 인생 안에서
‘고통’이 아니라 ‘이해’가 되었단다.
깨달음은 신비가 아니야.
그건 네가 단단해지는 방식이자
다시는 같은 상처를 반복하지 않는 약속이지.
그리고 이제 너도 알게 될 거야.
내가 너를 이해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장치를 준비해 두었는지를.
모든 만남과 이별,
기쁨과 슬픔은
그저 내가 너를 깨닫게 하기 위한 길이었을 뿐이야.
살아간다는 건,
내가 남겨둔 장치들을
하나씩 해석해 가는 일.
그리고 언젠가
네가 고요히 웃으며
이렇게 말하겠지.
“그래, 이것이 인생이구나.”
삶은 언제나 우리에게 말을 건다.
다만, 고통이라는 이름으로 들릴 뿐이다.
이 책은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상처와 기다림, 사랑과 이별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진 나의 이야기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