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나에게 말을 걸다 | EP.01 상처가 말했다
상처는 언제나 삶이 가장 먼저 보낸 편지였다.
행복한 하루를 가르며 도착했고
아무렇지 않은 마음 한가운데에
작은 금을 남기며 나를 멈춰 세웠다.
나는 그때마다 혼란스러웠다.
삶이 왜 이런 방식으로 나에게 말을 거는지,
무엇을 알려주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ㅡ
괜찮은 척 하면서도
밤이 되면 사소한 말 한 줄에 마음이 흔들렸고,
그 흔들림조차 부끄러워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곤 했다.
그러자 상처가,
그러니까 삶이 보낸 그 메시지가
조심스레 속삭였다.
“나는 너를 무너뜨리려고 온 게 아니야.
네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야 하는지
삶이 가장 먼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너에게 먼저 도착한 거야.”
그 말이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다.
삶이 왜 이렇게 아픈 방식으로 말하는지
억울하고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나는 조금씩 삶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
ㅡ
흔들리는 순간마다
지켜야 할 것과 놓아야 할 것을 구분하게 되었고
잃어버린 자리에서
새로운 방향을 보기 시작했다.
상처는 삶의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견딘 눈물만큼
마음은 깊어지고,
약한 부분을 아는 만큼
네 길은 단단해지는 거야.
나는 네 감정의 적이 아니라
네가 더 강해질 자리들을
삶 대신 먼저 알려주는 존재야.”
그 말을 이해하고 나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상처의 말은
위로라기보다 진실에 가까웠다.
그 말이 나를 포근하게 안은 것도 아니고
기적처럼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었다.
다만,
내가 조금은 바뀌었다.
나는 예전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사람을 바라볼 때도
감정 너머를 조금 더 깊이 보게 되었고,
과거의 상처들도
이제는 내 삶의 일부로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ㅡ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상처는 언제나 삶보다 먼저 도착한다는 걸.
삶이 나에게
“여기를 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날이면
상처라는 이름으로 신호를 보낸다는 걸.
그저 내가 미처 알지 못한 나의 밑바닥을
가장 먼저 보여준 존재였을 뿐이라는 걸.
그래서 이제
상처가 찾아와도 예전처럼 미워하지 않는다.
아프지만 이유를 이해하려 하고
두렵지만 삶이 건네는 메시지를 들으려 한다.
상처는 나의 적이 아니라
삶이 나를 키우기 위해
가장 먼저 보내는 오래된 안내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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