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도 충분했을지 몰라요

구름이랑 얘기해 본 적 있니 | EP.03

by 마리엘 로즈


한 번은 길고양이를 위해

일부러 좋은 사료를 골라 가져간 적이 있어요.


성분도 좋고 평점도 높고

가격은 평소보다 두 배나 비싼 사료였죠.


그냥 더 좋은 걸 주고 싶었어요.

원래도 충분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그때는 그게 사랑이고

더 나은 선택이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사료 봉투를 뜯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어요.


‘저 고양이는 내가 오기 전까지

그 사료에 아무런 불만 없이

잘 지내고 있었을 텐데.’


그리고 또 하나 떠올랐어요.


만약 저 고양이가
오늘 내가 준 사료를 먹고
그동안 아무 문제 없던 원래 사료가
갑자기 싫어지면 어떡하지?


그 순간,

마음이 조금 멈췄어요.


내가 가져온 ‘좋음’이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되는 삶에

새로운 기준을 가져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죠.


그건 정말

고양이를 위한 걸까요,

아니면 내가 주고 싶은 마음을

고양이에게 씌운 걸까요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은

때로는 누군가의 평온을

흔드는 방식으로 작용하기도 하잖아요.



우리는 종종

‘더 나은 것’을 건네는 일을

배려라고 여기지만,

그 안에는 내 기준, 내 방식,

내가 생각한 ‘좋음’이 들어 있어요.


그날 이후로 저는

이 질문을 조용히 품게 되었어요.


내가 건네는 마음은
정말 상대에게 필요한 마음일까?
아니면 내가 만족하고 싶은 마음일까?


원래도 충분히 잘 살아가던 존재에게

새로운 기대와 기준을 만들어

돌아갈 길을 흐리게 만든 건

어쩌면 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사랑은 더해주는 마음이기도 하지만

건드리지 않고 지켜주는 마음이

더 따뜻할 때가 있어요.


그리고 그 깨달음은

고양이가 남긴 작은 발자국처럼

제 마음에도 오래 남아 있답니다.

날이 추운데...

그 고양이들은 잘지내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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