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왜 이렇게 조용할까

구름이랑 얘기해 본 적 있니 | EP.07

by 마리엘 로즈


“나 좀 믿어줘.”


그 말을 들으면
우리는 괜히
‘믿는다’는 말에 힘을 실어야 할 것 같아져요.


마치 믿음이라는 게
마음을 꽉 붙잡고
결심하거나 다짐하면
그 자리에 생겨나는 어떤 상태인 것처럼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그럴까요.


그냥
믿는다고 말하면
믿음이 생기는 걸까요.



우리는 종종
믿음을 의지의 문제로 착각해요.


의심하지 말아야지,
괜히 생각하지 말자,
이번엔 믿어보기로 하자.


이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면
믿음에 도달할 수 있을 것처럼요.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
믿음은,
마음에 힘을 잔뜩 준다고 생기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그 반대였어요.


믿는다는 건
무언가를 더 하겠다는 결심이 아니라
이미 충분히 해온 생각을
잠시 멈추는 선택에 가까웠어요.


의심을 하나씩 검토하지 않기로,
가능성을 끝까지 따지지 않기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손을 뻗지 않기로 하는 일.


그래서 믿음은
겉으로 보기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꽤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에요.


통제하지 않기로 하는 것,
개입하지 않기로 하는 태도,
알아내지 않아도 되는 영역을
그대로 두는 마음.




우리는 흔히
믿음을
‘상대를 향한 신뢰’라고 말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믿음이 먼저 시험하는 건
나 자신인 것 같아요.


이 불확실함을 견딜 수 있는지,
이 질문을 안은 채로도 잠들 수 있는지,
모든 답을 갖지 않아도
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래서
“날 믿어줘”라는 말은
어쩌면 이런 부탁에 더 가까운지도 몰라요.


나를 통제하지 말아줘.
지금 당장 결론을 내리지 말아줘.
의심을 행동으로 옮기지 말아줘.


믿음은
상대를 묶는 말이 아니라
나의 행동을 멈추는 선택이에요.


더 묻지 않는 것,

더 확인하지 않는 것,
더 흔들지 않는 것.


우리가 믿음에 대해
자주 착각하는 이유는
믿음을
강한 마음이라고 생각해서일 거예요.



하지만 믿음은
강함이라기보다
정지에 가까워요.


의심이 커지기 직전,
생각이 또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기 직전,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서는 일.


그래서 믿음은 항상 조용해요.
확신처럼 외치지도 않고,
증명처럼 드러나지도 않아요.


그저
지금 이 관계에
불필요한 생각 하나를
더 얹지 않기로 한 선택으로
조용히 남아 있을 뿐인거죠.


가장 믿기 힘든 것이
결국 나 자신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한 일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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