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랑 얘기해 본 적 있니 | EP.09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편지'의 이 가사를 처음 들었을 때,
이별이라는 말이
이렇게 낮은 목소리로도 가능하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붙잡지 않겠다는 말인데
비장하지도 않고
원망도 없죠.
그저 조용히 자기 쪽으로
한 발 물러나는 사람의 태도만 남아 있어요.
억지로 인연을 거슬러
서로를 괴롭히지 않겠다는 말은
사실 꽤 어려운 선택이에요.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이 아직 남아 있어서
그대로 두겠다는 결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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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도 그래요.
잡으려고 하면 모양이 흐트러지고
그냥 두면 자기 속도로 흘러가요.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자리를 옮길 뿐인데...
우리는 자꾸 없어졌다고 말하죠.
이별도 비슷한 것 같아요.
사랑이 없어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랑을 증명하려는 노력을
그만두기로 할 때 끝나요.
기나긴 침묵을
이별로 받아들이겠다는 말은
패배가 아니에요.
그건 상대의 마음을
끝까지 통제하지 않겠다는 선택이에요.
알아내지 않겠다는 용기이고
확인하지 않겠다는 절제이기도 하죠.
ㅡ
그래서 이런 이별은 무너지지 않아요.
소란스럽지도 않고
설명도 남기지 않아요.
그저 각자의 자리로
조용히 돌아갈 뿐이에요.
“잘 지내라”는 말이
의례가 아니라 정말 안부가 될 때,
“잊고 살아라”는 말에
서운함보다 진심이 먼저 묻어날 때.
그때의 이별은
상처라기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끝까지 예의를 지킨 순간처럼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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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기 때문에 놓아주는 것,
함께였기 때문에 더 이상 붙들지 않는 것.
그건....
구름처럼 손대지 않고
흐름을 바꾸려 하지 않고
지나가는 방향을
그대로 인정하는 마음과 같지 않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란
아마도,
사랑을 증명하지 않아도
사랑이었음을
서로가 알고 있는 상태가 아닐까요.
그래서
뒤돌아서면서도
부끄럽지 않은 마음 하나.
그 마음만 조용히 챙겨
각자의 하늘로 돌아가는 것.
그런게 아닐까요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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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그렇게 흩어지듯이요.
사실 그대 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요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세요
그저 행복하길 바랄께요
이 맘만 가져 가요
〈비비의 ‘편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