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믿음에 관한 서늘하고도 강렬한 이야기 /『죽이고 싶은 아이』
그날 완전 심장마비 오는 줄 알았어요. 난리 났었잖아요. 처음엔 안 믿었죠. 학교에서 애가 죽었다는데 누가 믿어요.
처음엔 다 자살인 줄 알았죠. 지주연이 죽였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학교에서 죽어 간 열일곱 소녀'
유력한 용의자는 죽은 서은이의 둘도 없는 단짝 친구 주연이었다.
진실과 믿음에 관한 서늘하고도 강렬한 이야기. 이꽃님의 『죽이고 싶은 아이』 이다.
서은과 주연이 크게 다툰 어느 날, 학교 건물 뒤 공터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서은. 그리고 주연이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다.
학교에서 친구를 죽인 아이, 사건은 순식간에 모든 매스컴을 장악하며 언론들은 더욱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기자들과 형사들은 주변 인물들을 탐문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데...
서은과 주연에 대한 친구들과 선생님, 부모님과 이웃들의 각기 다른 증언들은 진실을 찾는데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순진한 양의 얼굴을 하고는 악마처럼 집요하게 서은을 괴롭혀왔다는 사이코패스 주연.
따돌림당하던 서은을 오히려 감싸주며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왔다는 선의의 주연.
진실은 무엇일까?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주연을 향한 모든 정황과 악의적인 여론은 주연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처음에 자신이 서은을 죽이지 않았다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었던 주연도 모두가 자신을 범인이라고 지목하는 지금, 정말 자신이 서은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데... 서은과 만난 그날 그 시간의 모든 기억이 사라졌다.
제목부터 강렬했던 소설은 초반부터 충격적인 사건을 시작으로 이야기들이 휘몰아친다. 특히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주연을 향한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는 점점 주연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들을 늘어놓으며 주연을 계속 의심하게 만든다. 그래서 오히려 주연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주연과 엄마와의 충격적인 에피소드가 공개되며 나를 다시 혼란스럽게 만든다.
과연 주연이는 서은이를 죽였을까? 아니면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일까?
진짜 서은이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지, 또 다른 가해자가 있는 것은 아닌지 소설을 읽는 내내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에 마지막 장을 보고 싶다는 충동과 격하게 싸워야 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중간에 마지막 장을 보지 않는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했다.)
책을 읽으며 흥미진진한 스릴러 소설이라 생각하기엔 실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무섭고 소름 돋았다. 사건의 모습만 다를 뿐 가짜 뉴스, 카더라 통신, 온라인을 통해 떠도는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루머들이 지금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그 잔혹한 악마성을 더욱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 보다 그것이 꼭 진실이 되어야 하는 사람들.
우린 어쩌면 진실보다 내가 믿고 싶은 대로 판단하고 진실이라고 떠들어대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되짚어보게 된다.
웃기죠. 사람들은 자기가 다 안다고 믿어요. 사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사람들이 믿으면 그게 사실이 되는거야. 팩트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