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여행
내 글솜씨는 학생들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면서 다져진 거라 생각된다.
담임을 맡은 아이들은 행동발달상황을 기록해야 하고, 교과를 맡은 아이들에게는 교과별 특기사항을 기록해줘야 한다. 특별활동, 진로, 독서 및 봉사활동에 대해서도 기록해줘야 한다.
이때 절대로 부정적인 말을 쓰면 안 되고, 학기별로 글자 수도 제한된다. 그러니 가능하면 한 문장 안에 모든 내용을 포함시켜서 긍정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간혹 학생의 특징을 솔직히 적어야 된다고 판단될 때조차도 말을 돌려서 표현하거나, 먼저 부정적인 말을 쓰더라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덛붙여야 한다. 누구나 개과천선 할 수 있고, 자라나는 청소년이라면 몇 번이고 변할 수 있으니 굳이 나쁘게 쓸 필요는 없다. 그러다 보니 어떤 아이든 비슷한 내용으로 적게 되고, 그 아이를 정확히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주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행 중 숙소를 선택할 때 후기를 살피게 된다. 평점이 높고, 후기 수가 많을수록 좋은 숙소로 판단한다. 그리고 한국인의 리뷰가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된다. 그런데 대부분 좋은 말들 일색이라 간혹 지적하는 리뷰가 있으면 그 내용은 숙소를 선택하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몇 번의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다 보니 숙소를 정하는 판단 기준이 어느 정도 서는 것 같다.
실내에 계단이 있는 경우, 아래층이 지하 또는 반지하일 수 있다. 창문 밖을 비추는 사진이 없거나, 창문에 커튼이 쳐져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밖으로 향하는 문에 창살이 있다면 1층일 경우가 많다. 이때 숙소가 도로와 바로 접해 있는 경우에는 소음. 먼지, 보안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주소를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경우 시내에서 많이 떨어져 있을 수 있다. 실내장식 사진이 유독 많거나 칼라풀한 경우 중요한 시설이 부실한 경우가 많다. 작은 소품 사진들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게 좋다. 후기에 대해 호스트가 꼬박꼬박 답변하는 경우,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소파와 접이식 간이침대도 침대 수로 쳐서 숙박 가능 인원을 잡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진을 잘 살펴봐야 한다. 도시세가 숙박비에 포함되어 있는지 별도로 수령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을 고려해서 숙소를 정했다면, 그다음에는 잘 적응하는 일만 남았다. 의외로 만족스러울 수도 있고, 크게 실망할 때도 있다. 심지어는 숙박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 모든 것은 동료에게 전수받은 사실들이다. 숙소 선택은 함께 하더라도 계약하고 호스트와 소통하여 열쇠를 손에 쥐는 일은 여전히 동료가 도맡고 있다. 감사할 따름이다. 언젠가 나도 실전에 도전해 볼 기회가 있겠지.
숙소를 나와서 후기를 쓰는 일도 신경 쓰인다. 호스트가 별 다섯 개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고, 별 다섯 개를 주지 않은 것에 대해 항의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호스트나 고객이나 상호 평가를 하기 때문에 가능한 호의적으로 평가하고, 함부로 쓰지 않는 점은 좋지만, 치명적인 문제점조차 지적하기 곤란해하니, 후기 만으로는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는다.
인샬라,
앞으로의 우리들의 숙소도 좋은 선택이었기를...
나는 왜 지금 여행하면서 이렇게 열심히 글을 쓰는가?
2월과 3월이면 새 학년도 학교교육계획서와 교과평가계획서. 교과진도표, 담당업무 계획서 등을 작성하던 38년 된 습관 때문이 아닐까? 선생님들의 3월의 수고에 감사드린다.
2025.3.17 카타니아 숙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