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여행
지하마을 마트마타에서 하룻밤을 자고 택시로 다시 가베스로 나가서 토주르로 향한다.
가베스에서 케빌리를 거쳐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토주르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가베스에서 바로 토주르로 가는 루아지버스가 있다.
루아지버스는 튀니지 여행 중 우리가 선택한 요긴하고도 값싼 교통수단이다. 버스라기보다는 8인 합승택시라고 하는 게 낫겠다. 8인이 다 차면 출발하는데, 표를 구입할 때도 있고, 운전기사에게 돈을 내는 경우도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8인의 버스비를 모두 감당할 경우 인원이 다 차지 않아도 출발하기도 한다. 목적지가 같으니 거의 직행이나 다름없다. 세 시간 반, 211km를 이동하는 동안 휴게소에 들른 것 말고는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기사분의 휴식을 위해 멈춘 휴게소는 넓은 공간에 스탠드 의자 몇 개와 커피머신과 단 빵 몇 조각 놓인 판매대가 전부다. 아무런 장식도 부수적인 시설도 존재하지 않는다. 커피머신은 꽤나 품위 있어 보이고 그 위에 놓인 작디작은 종이컵들은 오히려 이들이 커피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나도 에스프레소 한잔을 주문했다. 여기는 영어가 호텔에서도 통하지 않고 불어를 주로 쓴다. 하우마치로 가격을 물어보았지만 웃기만 한다. 수다를 떨며 커피를 마시던 기사분이 동전을 보이는 나를 대신해 1.5디나르, 약 700원 정도의 커피값을 치른다. 나에게 주는 거냐는 제스처에 끄떡끄떡. 이를 사양해야 하나, 받아야 하나 고민이 되는 순간이다. 튀니지인의 친절로 기억하고 받는다. 오른손을 가슴에 얹고 슈큐라, 감사의 인사를 한다.
종이컵에 담긴 진하디진한 에스프레소에 설탕 두 개를 넣어 마신다. 이 나라 사람들에 대한 좋은 추억의 맛이다. 맛있다. 가베스에서 토주르까지의 루아지버스 값은 17.6디나르.
초행자가 찾아가기 어려운 곳에 숙소가 위치한 때문인지, 숙소 주인이 카르프로 나와 픽업을 해준다. 웰컴드링크가 아니라 웰컴푸드가 준비되어 있다. 대추야자와 와이프가 구운 피자를 가져다준다. 저녁에는 쿠스쿠스를 해주겠단다. 극진한 환대에 황송할 정도다. 이곳은 토주르 전통가옥으로 예쁘고 아담하다. 돌집이라 다소 춥지만, 대만족이다.
삼 일간 여기는 또 우리의 집이 된다.
단지, 외출 후 다시 이 집을 찾아올 때는 특별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똑같은 색깔의 모레바닥에 비슷한 규모의 사각형 주택들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픽업을 해줄 때, 대로에서 커피 가게가 보이면 우회전을 한 후 네 번째 골목이라는 것을 몇 번이나 강조한 이유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 번은 동네에서 뱅뱅 돌다가 주인을 만나고서야 귀가할 수 있었다는 사실.
저녁이 되자 주인은 약속대로 와이프가 만든 쿠스쿠스를 가져다주었다. 입맛에 딱 맞다
양고기가 듬뿍 들어가 있는데. 부드럽고 냄새는 전혀 없다. 뭉근히 익힌 홍당무와 고추는 매콤하면서도 재료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다. 국물이 자작하고 간이 적당하여 한 스푼도 남기지 않고 접시를 비워낸다. 꾸스꾸스 곡물만 잔뜩 들어있는 시중 음식점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된다. 안주인의 음식 솜씨가 대단하다. 와이프의 음식으로 남편이 생색낸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그러고 보니 숙소의 여기저기서 여인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진다.
내일은 미데스협곡과 옵트카멜 (낙타의 목구멍)을 보러 사막 1일 투어를 나간다. 이곳은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를 촬영한 곳으로 유명하다. 남자 주인공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하던 그곳, 웅크 카멜.
여주인공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되는 미데스 협곡.
궁금하다. 과연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2025.2 22. 토주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