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여행
인천공항을 떠나 카타르 도하에서 4시간 경유하여 17시간의 비행 끝에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 도착했다.
숙소는 메디나라고 하는 구도심까지 걸어서 5분이면 가능한 곳에 있어서 도착하자마자 짐을 내려놓고 바로 시장부터 둘러본다.
자이투나 모스크를 튀니스의 랜드마크로 정하고, 어떤 식자재가 있는지, 가까운 슈퍼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고 당장에 마실 물부터 사들고 숙소로 돌아온다.
튀니스의 첫 번째 관광지는 카르타고로 정한다.
TGM은 튀니스와 굴레트 그리고 마르샤 세 도시를 왕복하는 경전철 같은 거다.
공항에서 튀니스 숙소까지 택시비를 20디나르 치렀는데. 이 기차 값은 1인 1디나르, 한국 돈으로 450원쯤 된다.
양쪽 레일 위에 각각 대기하고 있는 기차는 다섯 량 정도 되고, 상태는 심각하다. 기관실이 있는 앞머리는 부식되고 찌그러져 있고, 창문은 닫히지 않고, 의자는 학교 창고에서나 봄직한 모양새다. 튀니스 여행 동안 우리는 이 기차를 열심히 타고 다녔다. 출발하고 도착할 때는 기적소리도 울리고, 기차 외관에는 멋들어진 그림도 그려져 있고, 등하교하는 아이들도 있어서 나는 TGM 타는 일이 즐거웠다. 무엇보다 너무 싼 거 아닌가.
우리는 이 기차를 타고 고대 도시 카르타고에 간다. 튀니지 여행을 결정할 때 가장 설레었던 단어가 카르타고와 사막이었다. 코끼리를 타고 알프스 산맥을 넘어 로마에 대항했던 한니발 장군. 카르타고의 한니발 역에서 내린다.
이곳은 페니키아인들이 정착했고 두 차례의 포에니 전쟁에서 로마에 패하면서 2천 년 전 로마 문화로 번성했던 도시다.
비르사 언덕에 올라 백 년 천년 시간을 가늠해 본다. 아직도 집마당에 이 천년 전의 모자이크 장식이 남아있는 로마인 저택과 원형경기장, 그리고 안토니우스 목욕장을 둘러본다. 결코 역사가 발전하고 있다고 단정 지을 수 없을 만큼 공간과 규모와 기능들이 훌륭했다. 다양한 색상을 갖고 있는 거대한 대리석 기둥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이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지금쯤 학교는 신학년 준비로 정신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지금 어디에 와있는 건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안토니우스 목욕장 어느 돌기둥에 앉아 멋진 포즈를 지으려는데 멀리서 정복을 한 남자가 사진을 찍지 말라는 표시를 한다. 왜 촬영을 금지했는지는 튀니지를 떠나기 며칠 전에야 알게 되었다.
우리는 튀니지 마지막 여행으로 시디부 사이드에서 카르타고까지 걸었다. 걸으면서 알게 되었다. 안토니우스 목욕장의 대리석 기둥 밭을 경계로 현재 튀니지 대통령궁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그곳은 경비가 삼엄했고, 멀리서도 사진촬영을 금했던 거다.
권력자들이 차지하고 싶은 곳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한가 보다. 그들이 한니발 장군을 닮은 지도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튀니지는 우리나라 국민소득의 1/10 정도다. 철로가 끊긴 채 1년이 넘도록 방치되어 있고, 기차가 멈추지 않고 달리는 게 신기할 정도로 낙후되어 있다. TGM을 이용할 때 우리는 한 정거장을 걸어서 이동해야 했다. 돌아보면 그것도 즐거운 여로였다.
넓은 대지와 뜨거운 햇살에도 불구하고 신선한 야채를 보기 힘들었다. 지중해를 접하고 있으면서도 유통문제 때문인지 마트에서 생선을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카르타고 여행을 마치고 숙소 근처 마트에서 마늘, 토마토, 감자, 양배추를 사서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한국에서 가져간 찹쌀로 밥을 짓고, 한국에서 가져간 고추장, 된장, 고춧가루로 양념을 한다.
피곤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지만 아직 시차적응 중이라 새벽이면 깬다.
다시 잠이 올 때까지 다음 여행지를 공부한다.
2025.2.10. 새벽 3시 30분. 튀니스 숙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