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여행
한국의 날씨는 어떤가요?
여행 중인 저는 건강하게 다니고 있는데 감기에 걸려서 고생하는 지인들이 많아서 걱정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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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수스에서 나흘 머무르면서 엘젬, 카이로우안이라는 주변 도시를 하루씩 다녀왔어요.
수스고고학박물관은 기원전 2~3세기 모자이크가 완벽한 형태와 색을 유지한 채 보전되어 있어서 놀라웠어요. 일요일이라 학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견학을 와 열심히 설명을 듣고 있더군요. 부모님들은 한국의 그들처럼 한눈팔지 말고 열심히 들으라고 코치를 하는데도 아이들은 우리가 신기한지 몰려들어 사진 찍기를 청했어요.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지 좀 당황스럽더군요.
완벽하게 남아있는 로마 유물 가운데 몇몇 페니키아인들의 유물이 있다고 하는데 언어가 통하지 않아 자세히 알 수 없음이 안타까웠어요.
엘젬의 원형경기장과 카이로우안의 모스크는 그 웅장함과 완벽한 보전상태에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원형경기장 기둥 사이로 스며드는 자연빛이 그렇게 따뜻하고 고울 수가 없었어요. 공사를 위해 모아놓은 흙 색깔이 미색에서 노란빛이 조금 더 들어간 고운 콩가루 같은 빛이었거든요. 그런 흙과 대리석이 어우러져서 최상의 부드러움과 편안한 느낌을 자아내는 거겠지요?
카이루이안에서는 생선가게에서 직접 생선을 사서 식당에 가져다주면 그 자리에서 카레가루를 묻혀 구워주었어요. 맛있었어요. 생선냄새 때문에 집에서도 망설여지는 생선구이를 이 머나먼 아프리카 도시에서 먹습니다. 그것도 유일하게 아프리카에 있다는 이슬람성지 대모스크 옆에서.
튀니지의 도시들은 거리에 먼지와 쓰레기가 많았고, 차들도 그렇게 많았어요. 그리고 길거리의 사람들 모습이 남루하고 무료해 보였어요.
우리가 여행자이기에 수많은 도시로 사람들이 퍼져나가는 루아지 터미널을 주로 이용하고, 거리의 사람들을 만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할 거예요. 내가 본 사람들 또한 집을 떠난 여행자일 수도 있으니.
튀니지에서는 먼지 날리는 자동차보다는 말이나 낙타가 달리는 모습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달리는 자동차나 기차들이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게 용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형편없는 컨디션이니까요. 자동차뿐만 아니라 메디나의 많은 곳에서 구제옷과 신발, 구제 물건들을 팔고 있었어요.
왜 자꾸 '새는 하나의 가지 위에 앉는다'는 글귀가 생각날까요?
튀니지 여러 도시의 사람들을 지나치면서, 거리의 숱한 고양이며, 트럭에 실려가는 양이나 말들을 보면서 위 문장이 떠올랐어요. 한없이 펼쳐지는 대지와 울리브 나무들과 지평선을 지나 사람들은 서로 부딪히며 모여서 삽니다. 도시를 이루고, 먼지와 쓰레기를 날리며 말입니다.
2천 년 전 영광의 도시에서 사람들의 삶이 계속 이어지는 걸 보면서 나와 나의 인연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이 시대에 사는 나는 다른 시대에는 살 수 없다는 걸.
지금은 수스에서 가베스를 거쳐 제르바라는 바닷가 도시에 와있어요. 저녁을 해 먹고 각자의 시간을 갖습니다. 이곳에서 일정은 별것이 없습니다. 내일은 늦잠을 자기로 약속하고 각자의 방으로 헤어집니다.
사흘 후에는 사막으로 들어갑니다. 토주르라는 도시에서 일주일 정도 지낼 예정입니다. 튀니지 여행 중 가장 기대됩니다.
여기가 어디라고 아프리카 어느 도시에서 가방을 메고 잠잘 숙소를 찾아들고 있는지ᆢᆢ
생각해 보면 작년 학교생활이 힘들 때 그만두고 아프리카나 가버릴까 라는 말을 내뱉은 적이 있다는 걸 기억해 냅니다.
튀니지 시간 2025년 2월 18일 밤 9:20
한국 시간 2월 19일 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