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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의 하룻밤

튀니지 여행

by 배심온

서성인다.

어디쯤인지 가늠이 안되는 이곳.


우리를 태우고 온 낙타 두 마리가 멀리서 풀을 뜯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고, 그 어느 곳보다도 깨끗한 화장실과 여러 개의 천막 숙소가 있어서 내가 사막의 여행객이라는 확인이 가능하다.

사방을 둘러봐도 지평선이고 소리는 없다. 조용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 뿐.


지금 이곳에서 나의 관심을 끄는건 나를 태우고 온 낙타다.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걸어오는 동안 나는 내가 탄 낙타의 다리를 볼 수 없다. 나와 그의 그림자를 볼 뿐. 동행자의 낙타 발을 보게된다.

고귀하다.

두개로 갈라진 발은 두툼하고 깨끗하고 성큼성큼 걷는 걸음은 참으로 우아하다.

낙타를 타고 처음에는 불편헀지만 나도 어느새 그의 발걸음에 맞춰 흔들흔들, 성큼성큼 사막 위를 걷는 기분을 즐긴다.


해가 지면 보이는 건 별 밖에 없을거라 천막 숙소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사막 가운데 나와있다.

낙타주인은 낙타가 사라진 곳을 가리키지만 나에게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느라 몇몆 남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이곳은 뜨거운 태양으로 모든 것이 소독된 느낌이디.


해가 지면 이곳 풍경은 또 어떻게 변할지ᆢᆢ

바람이 참으로 따뜻하다


2025. 2. 24 사하라 사막에서

우리를 태우고 온 낙타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다.

아침에 다시 우리를 에이젼시로 데려다 준다고 했으니, 낙타 주인이 어디선가 그들을 찾아서 나타날 것이다.

그들은 하룻밤에 5km도 넘게 가버리기도 하는데 스스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주인이 찾아서 데려와야 한단다.

휴식하는 동안 낙타의 앞발 두개는 아주 멀리 떠날 수는 없게 짧은 끈으로 묶여 있었다.


낙타를 찾으러 가는 길에 동행하겠느냐는 제안은 정중히 거절하였다.


잔 나뭇가지를 태운 숯불에 구워낸 담백한 빵과 야채샐러드 그리고 닭 한조각이 들어가 있는 파스타 한접시를 저녁으로 받았다. 귤과 대추야자가 후식이다.


저녁을 먹고 할 일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일 밖에는 없다. 하현 그믐달이라 별을 더 선명하게 볼수 있다. 행운이다.

고개가 아플 지경이라 별보기를 멈추고 잠자리에 든다.


9시나 되었을까? 사막 캠프에 3시 30분 쯤 도착하고 한 일이라고는 낙타 살피는 일, 별보는 일 뿐이었는데 시간은 잘도 흐른다. 잠도 잘도 온다.


지금은 다시 새로운 날 25일 0:30분. 밖이 궁금하지만 선뜻 일어나게 되지는 않는다. 썰렁하여 이불 속 온기가 더 좋고, 동행자의 잠을 방해할까 조심스럽고, 겹겹이 두꺼운 이불 정리가 간단치 않고, 낯선 곳의 한밤중 바깥이 다소 겁나기도 햐여 이불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여행하는 동안 이렇게 기록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생소한 행선지와 감흥들이 섞이고 잊히고 왜곡되지 않게 바로 기록할 수 있어서.

이 시간이 여행을 더욱 의미있게 하리라. 온전히 혼자 만의 시간이 가능할 때만 몇 자라도 적을 수 있으니 그 시간이 소중하다.


잠시 용기를 내어 천막 문을 열고 나가본다. 잔잔한 바람이 몸을 싸고돈다. 기온은 꽤 낮다. 하늘의 별은 가득하나 사진으로는 찍히지 않는다. 빛이 부족해서일까?

사막에서는 화장실도 별처럼 반짝인다. WC라는 별로.

모두가 잠든 사막의 한밤중ᆢᆢ

잠시 천막문 앞에 섰다가 곧 들어온다.


사막에 도착해서는 파파고의 도움으로 낙타주인과 음식을 만드는 이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27살이고 5년째 낙타 모는 일을 한단다. 빵굽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해주고, 원하면 캠프 파이어를 해줄 수도 있다는 제안을 하지만, 사막에서의 캠프 파이어라니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밤에 낙타를 타겠느냐는 제안까지 하고는

파파고에 "빵값을 좀 줘"라고 음성을 기록한다.

급히 10디나르를 건네고, 슈 크라 라고 감사 인사를 하지만 영 기분은 개운하지 않다. 파파고를 여는 일이 갑자기 위험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낯선이의 친절을 사양해야 하나. 그렇다면 여행의 묘미가 많이 제한될 것 같다. 그들의 관용과 친절없이 어떻게 우리가 아프리카 여행을 할 수 있겠는가마는.

깊은 밤이다. 아무런 소리도 없고, 천막 속에는 핸드폰 불빛만 있을 뿐이다. 세수는 생략했고, 화장실도 참았다가 동료가 깨면 같이 갈거다.


고개를 숙여 들여다봐야 겨우 확인할 수 있는 모레 바닥의 작은 꽃들이 진한 항기를 내뿜는다. 밤이 되니 그 향기가 더욱 짙다. 쟈스민을 닮은 고운 향이다.


아침에 다시 낙타를 만날 일이 기다려진다.


지금은 2025.2.25 새벽 1:51 튀니지 시간으로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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