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여행 228
보름 만에 귀환한 튀니스는 또 다른 감흥을 준다.
한참 더 친근하다.
사막여행을 위해 닷새간 머물렀던 토주르를 출발하여 버스로 8시간 만에 튀니스에 도착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김밥을 준비한다. 동료가 어디선가 김밥 냄새가 난다고 말한 것이 생각 나서다.
실은 준비해야 할 식재료 중 쌀 2kg을 빼고 안 가져왔다. 어디든 쌀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식료품만 6kg이 넘고 캐리어 무게가 22kg인지라 뺀 것이다. 그러나 현지에서 우리 쌀만한 걸 구할 수는 없었다. 동행자가 가져온 쌀은 이미 다 소진하였다. 값싸고 신선하고 깊은 맛이 있는 야채를 사서 밥을 해 먹는 게 이렇게 재미있고 맛있을 줄 몰랐다.
마침 튀니스 숙소 부엌에 안남미 쌀이 있어서 밥을 짓는다. 물을 충분히 넣고 타지 않게 불을 조절하며 밥을 완성한다. 물조절도 적당했고 찜도 충분히 들었지만 찰기는 전혀 없고 냄새도 조금 다르다. 숙소에서 1분 거리에 있는 마트에서 매일 사들고 오는 홍당무는 썰어서 올리브유에 볶고, 오이는 속씨를 도려내고 소금에 절인다. 계란 두 개를 지단으로 부치고, 밥냄새를 없애기 위해 일본산 밥가루를 뿌려서 약간의 간을 한다. 김밥을 말 때 잘 붙도록 홍당무 볶은 올리브유와 밥풀을 김의 끝에 발라 김밥을 완성한다. 그런대로 김밥 모양은 갖추었다. 다행히 옆구리가 터지지 않고 잘 썰려서 두 개의 접시에 나누어 담는다. 잠이 깨어 부엌으로 나온 동행자는 칭찬을 늘어놓으며 김밥과 함께 먹을 미역된장국을 끓여낸다. 역시 동행자의 순발력은 칭찬할 만하다.
아침밥을 먹고도 우리는 여유를 부린다. 일찍 나가봐야 시장은 아직 열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자이투나 모스크는 2시에 문을 여니 말이다. 10시에 문 앞에 있는 커피집에 들르기로 한다. 매일같이 슈퍼에 드나들면서 그 집 커피 냄새에 유혹되고 있었다. 우리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카페주인은 영화배우처럼 멋있고 내부는 꽤나 분위기 있고 현대적인 느낌이었다. 여기도 담배냄새는 피할 수가 없다. 물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있다. 튀니지의 카페에는 아침부터 거의 남자들만 모여 앉아 작은 잔의 에스프레소를 시켜놓고 담배를 피워댄다. 검은 피부의 댕기머리에 담배를 물고 있는 두상조각상을 연상하게 된다.
이곳은 아프리카지만 흑인은 드물다. 남자들의 표정은 여유 있고 친절하다. 과도한 관심이나 비굴한 태도를 보이지도 않고 적대적이지도 않다. 편안한 무관심 정도랄까? 복장은 남루하지만 각박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시크해 보인다. 이슬람교의 영향일까?
두 번째 방문한 자이투나 모스크는 우리의 입장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두시에 입장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오늘은 금요일이라 세시 이후에 입장이 가능하단다. 우리는 모스크 앞 계단에 앉아서 햇별을 쬐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지나가는 청년들이 대뜸 사진 찍기를 청한다. 동양인은 드물고 신기한가 보다.
매우 즐거워하며 네다섯명의 학생들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사진은 와츠앱으로 즉석에서 전송하고 확인한다. 유쾌한 만남과 이별이다.
세시가 넘었는데도 모스크 입구를 지키는 분은 우리를 들여보내주지 않는다.
더구나 모스크 내부의 풍경도 찍으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준다. 화사한 꽃무늬 와이셔츠에 주황빛 머플러를 길게 늘어뜨리고 청바지에 선글라스를 쓰고 출입을 통제하시는 분은 우리나라 교회 장로님쯤 되어 보인다. 무례하지도 친절하지도 않으며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아랍어를 계속하신다.
예배가 끝날 즈음 또 다른 분들이 커다란 그릇에 담긴 음식을 출입구로 가지고 나온다. 그걸 기다리는 한 무리의 여인들이 구석에 대기하고 있는데 그들의 손에는 음식을 담아갈 빈통이 들려있고, 모두들 히잡을 입었다. 예배가 끝났는지 사람들이 경내에서 나오자 기다리던 여인들이 달려들어 음식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우리에게도 먹어보라며 일회용 숟가락을 건네시는데 음식을 기다리던 무리에 끼어들 수는 없어서 사양하였으나 극구 새로운 그릇을 열어 먼저 숟가락을 넣도록 인도하셨다. 한 숟가락 떠서 얼른 입에 넣고 자리를 옮겨 경내로 들어간다.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고 예배 후 경건해진 얼굴로 좀 더 시간을 보내겠다는 듯 그대로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흡사 초등학교 운동회 점심시간 같은 느낌이다.
가족끼리 좋은 옷을 챙겨 입고 먼 길을 와 말씀을 듣고 그 여운을 음미하는 듯했다.
나도 그 가운데서 사진을 찍으며 그들 속에서 잠시 함께 머문다.
두 번째 찾은 자이투나 모스크는 관광지가 아닌 경건한 기도의 산실이었다.
하루에 다섯 번씩 신을 향해 기도하는 사람들이라면 섣불리 남을 헤치지는 못하겠지. 한 번도 기도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낫지 않겠나.
한 숟가락 입에 넣은 꾸스꾸스는 충분히 간이 스며들어 맛이 있었다.
2025.3.1 튀니지 시간 1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