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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이탈리아 여행

by 배심온

봉쥬우

아 살라 말라 쿵

차오

그라치에


집 밖을 나오면 마주 오는 사람들이 경쾌하게 인사를 한다.


눈을 한번 깜박이거나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걸로 인사를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길을 건널 때도 멈춰 선 차를 향해 손을 들면 운전자들도 같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거나 손을 쥐었다 펴는 행동으로 호응을 해준다. 인사라기보다는

"그래 나 너 봤어."

"잘 지내렴."

"너 거기 있구나"

등등 상대의 존재를 인식했다는 표시를 해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나는 이 인사가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다. 갑자기 행복해진다.


세상에.

그동안 나는 인사도 안 하고 지내는 각박한 세상에서 살았나 싶다.


우리 아파트 경비아저씨는 만날 때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하시는데 밤 열두 시에 만나도 멘트는 변함이 없다. 어느 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인사할 때 "사랑합니다"를 외치는데, 처음에는 왠지 어색하였고, 속으로는 '니들이 사랑을 알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혹 인사를 거부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인사하기 불편한지 오던 길을 되돌아가는 못난 상사도 보았다.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과 인사할 리는 더더욱 없다. 눈은 되도록 안 마주치는 게 좋다. 눈을 잘못 마주쳤다가는 "뭘 봐?" 하는 느낌의 반응을 되돌려 받는다.

그러고 보면 등산을 할 때는 마주 오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왜일까? 아마도 숲길이 외길이다 보면 비켜서야 하고, 산행이 힘드니까 서로 격려하는 의미가 아닐까?


인사는 소통이고, 서로에 대한 인정이다.


산행보다 일상을 살아가는 일이 더 팍팍할 수 있는데, 산중이 아니어도 우리 인사하면 안 되나?


인사를 하려면 일단 눈을 마주 봐야 한다. 그리고 눈을 깜빡이든 윙크하든 "차우"하고 소리를 내든 입꼬리를 올리든 하게 된다.


인사 한마디에 행복해지는 것, 이런 게 여행의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늘 하던 일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고, 새롭게 느껴지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내가 새 사람이 되고(그게 가능하면 좋겠다).


이들의 인사가 여행자에게 보내는 특별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그들끼리도 늘 하는 몸짓일까? 신기해서 마냥 쳐다보는 눈빛은 아니었다. 몸에 밴 자연스럽고 따뜻한 미소였다. 나도 기분 좋게 인사한다.


봉주우~~


그러나 대부분 "안녕"이라고 말한다. 특히 우리를 일본인이나 중국인으로 알고 "곤니치와" 또는 "니하우"라고 인사하는 사람들에게는 힘주어 "안녕"이라고 수정해 준다. 안녕이라는 인사말도 그들에게 경쾌하고 즐거운 소리로 들렸으면 좋겠다.


여행을 하면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말을 알아듣고 소통해야 하니까. 아무리 집중해도 못 알아듣고 멍청해지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우리의 여행은 즐겁기만 하다.


2025.3.12 오후 5:05

아그리젠토 관광을 하고 팔레르모 숙소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동료는 열심히 졸고 있다. 햇살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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