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여행
내 것으로 취한 것은 쉽게 버릴 수가 없다.
침구가 지저분하거나 사막에서 추위를 피하는데 필요하다며, 기내에서 제공하는 담요를 가지고 내렸다. 실제로 숙소에서 제공하는 이불 위에 겹쳐서 추위를 피하기도 하고, 당연히 사막에서는 요긴하게 사용하였다.
튀니지에서 시칠리아로 넘어올 때 배에서도 필요할 거라고, 그 담요를 버리지 않고 오래도록 가지고 다녔다.
한 달 넘게.
그것을 선실 침대에 깔고 흔들리는 배속에서 꿀잠을 자고는, 이제 담요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선실에 남겨둔다.
곧 시칠리아 팔레르모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오는지 다들 짐을 끌고 선실 밖으로 몰려나온다. 우리도 짐을 정리하여 좁은 선실 복도를 나와 중앙 로비로 이동한다. 그런데, 선실 복도 저만치서
"마담, 블랭킷!"
하며 우리를 향해 손짓하는 이가 있었다. 선실을 청소하는 분이 내가 두고 온 담요를 들고 있었다. 챙겨주시는 건지, 여기에 버리면 안 된다는 건지 둘 중 하나겠지만, 그 순간 나는
'한번 내 것으로 취한 것은 함부로 버릴 수 없다'는 교훈을 얻는다. 다시 담요를 챙겨 케리어에 넣었다. 짐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
노토에서 짐을 줄여볼 요량으로 바지 하나를 숙소에 두고 왔을 때도, 청소하시는 여인이 서둘러 그걸 들고 내려와, 잊은 물건이라고 챙겨주셨다. 그냥 버리는 거라고 했을 때, 그녀는 알겠다고, 고맙다고 했었다.
"마담, 블랭킷!"
이 소리는 한동안 우리의 농담이 되었다.
2025.5.22. 아침에 일어나서